투자마중물役 모태펀드 출자액 내년 40%↓
연기금·금융사·기업 등 줄줄이 VC 투자 외면
업계 “민간 투자유입 활성화대책 실효성 의문”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 때 투자해 가치가 높아졌을 때 수익을 거두는 게 투자의 기본. 누구에게나 각광받는 기업에, 가치가 최고조인 시기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을 때 단행하는 역발상 투자는 그만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위험이 크면 수익도 크다)’이 된다.
필부(匹夫)도 아는 이 비결이 ‘선수’의 눈에 안 보이는 걸까? 최근 벤처투자(VC) 업계를 보면 투자에 나서야 할 적기인데도 선수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벤처투자가 얼어붙었다고 난리다.
VC업계는 이에 “투자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다. 투자에 나서려면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연기금이나 공제회, 금융사 등이 움직이지 않아 펀드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신규펀드는 보통 공적인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결성된다. 여기에 벤처투자사, 정책기관, 금융사, 연기금이나 공제회, 일반법인, 개인이나 외국인 등이 참여한다. 미국의 경우 연금·공제회의 참여비중이 20% 선으로 일정하지만 국내에서는 들쭉날쭉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연간 신규결성조합 중 연금·공제회 비중은 2020년 14.2%였다 지난해는 4.4%까지로 줄었다.
VC업계는 “현시점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곳은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금융회사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를 해야 관리보수라도 나오는 VC 외에는 금융사, 일반기업(CVC) 할 것 없이 모두 투자 의사를 접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모태펀드 규모를 대폭 줄인 게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313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 5200억원보다 40% 줄어든 규모다. 1000억원 증액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전년보다 20%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벤처투자 방향을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체질개선을 하기 위한 것이라 했지만 업계는 정부가 시장에 이미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이라 우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외국이 먼저 벤처투자 냉각기를 맞은 시점에서, 한국은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니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기대와 달리 내년 모태펀드 출자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다른 투자 주체들도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어려운 시기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축소한 정부가 정작 민간과 해외 자본 유치로 벤처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역동적 벤처 생태계 조성 방안’을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자본을 지난해 말 기준 4조9000억원에서 8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앞서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줬는데, 민간·해외자본 유입을 활발히 하겠다는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VC 대표는 “경제여건이 어렵다보니 벤처의 본질이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타트업에 ‘투자금 아껴쓰고, 빨리 영업이익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할 정도”라며 “위기상황에 민간에서 매칭이 안되면 모태펀드의 역할을 더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위험을 민간에 떠넘긴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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