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벤트가 K-팝에 미치는 영향
월드컵 직전 한 주간 6팀 컴백
카타르 개막 후 주당 두 팀에 불과
“시즌은 피하자” 신곡발매도 미뤄
음원 이용량도 최대 23% 감소
대표팀 성적·거리 응원·시차 영향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글로벌 빅 이벤트’인 월드컵이 K-POP(이하 K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음원 사용량이 급감하는 등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음원 소비량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컴백을 준비하는 가수들 사이에서 ‘월드컵 시즌만 피하자’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최근 K팝 가수들의 컴백이 눈에 띄게 줄었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 주(11.14~18)까지 엑소 첸, 오마이걸 유아, 그룹 드리핀, 저스트비, 첫사랑 등 K팝 가수 다섯 팀과 ‘가왕’ 조용필 등 다수의 가수 및 팀들이 가요계에 컴백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개막한 후 2주 간 컴백한 팀은 주당 두 팀 정도에 불과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월드컵과 같이 국민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음악 시장은 영향을 받곤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대중음악 전문 차트인 ‘써클차트’ 통계에 따르면, 2010 남아공 월드컵(6.11~7.12) 당시 6월 음원 이용량은 전달 대비 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월별 신곡 수 역시 전달 보다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이 기간 곡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월드컵 대회 기간을 피해 앨범 발매 일정을 제작사 측에서 조정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같은 현상은 월드컵 뿐만 아니라 올림픽 대회 기간에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4년 뒤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6.13~7.14) 때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남아공 월드컵과는 달리 6월 한 달 간 음원 이용량은 전달 대비 1% 가량 하락하는데 그쳤다. 다만 월별 신곡 수는 전달 대비 18% 가량 감소했다. 신곡 수 감소량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비해서는 감소 추세가 줄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6.14~7.15) 기간엔 음원 사용량은 전달 대비 4% 감소했다. 이 기간 발표된 신곡 수는 앞서 두 번의 월드컵과 달리 오히려 15% 가량 증가했다.
김 수석 연구위원은 “음악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음원 이용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공급자의 신곡 출시 감소로 인해 이용량이 감소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음악 소비 시간이 줄어들어 이용량이 감소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역대 월드컵 기간 음원 시장의 이용량에 다른 영향을 미친 이유는 뭘까. 바로 ‘우리 국가 대표팀의 성적표’라는 변수 때문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에 따라 월드컵이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음원 이용량과 신곡 발표가 급감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1승1무1패로, 원정 경기로서는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신곡 발표 감소세가 주춤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우리 대표팀이 1무2패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신곡 발표가 오히려 늘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대표팀은 1승 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김 위원은 “대표팀의 경기 성적이 좋을수록 월드컵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주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월드컵 관련 보도 역시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엔터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제작사에서는 앨범 출시를 대회 전후로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월드컵 시작 이후 2주간 컴백하는 가수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신곡 공급의 감소는 음원 이용 패턴에도 영향을 줘 전체 음원 이용량을 감소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월드컵 기간에 음원 이용량이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대규모 거리 응원전도 들 수 있다. 거리 응원 등 사회적 활동으로 소비자의 음악 소비 시간이 줄어 음악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 시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월드컵 개최국과의 시차가 크게 벌어진 경우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주요 경기 시간이 우리나라 새벽 시간대에 집중, 거리 응원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져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 위원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대중의 관심이 큰 포르투갈과의 경기 시간대가 자정이고,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경기 시간이 새벽 시간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월드컵 경기의) 생중계가 음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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