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장폐지 등 악재 연속
투자할 곳 사라진 20·30대
“사다리 사라졌다”며 한숨도
가족과 갈등 빚기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주식 차트 안 봐요. 계좌 비우고 투자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이모(29)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을 부업으로 삼을 만큼 열렬한 투자자였다. 이씨는 2020년에 2030대 투자 붐에 힘입어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이씨는 한 달 동안 주식으로만 월급 수준의 돈을 손에 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씨는 “월급은 적고 금리는 올라서 부업은 계속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지만 투자할 곳은 사라져 고민인 젊은 층이 늘고 있다. 한 때 열풍이 불었던 ‘코·주·부(코인·주식·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데다, 가상화폐 ‘위믹스(WEMIX)’ 상장폐지 등 각종 악재로 투자에 두려움을 느끼는 20·30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투자가 ‘마지막 계층 사다리’가 여겼던 젊은 층의 박탈감 또한 커지고 있다.
9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시민들은 투자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식 특강을 다닐 정도로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정모(33) 씨도 결혼 준비를 앞두고 주식 계좌를 정리했다. 정씨는 “장기간 묶어둘 만한 곳들을 제외하고 매수했다”며 “결혼 상대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당분간은 공격적인 투자를 멀리하고 저축을 하면서 신혼부부 청약 등 부동산 정책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3000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2300~2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층은 특히 가상화폐 시장이 무너진 상황을 충격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까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2000만원 넘는 돈을 날린 박모(29) 씨는 “이제 더 이상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도 없는데 위믹스, 테라·루나 사태처럼 시끌벅적한 사건만 발생해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는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한 달 가까이 소명 절차가 계속된데다,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결정 이후 위메이드와 거래소 간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투자처로 꼽혔던 미국 주식마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는 ‘R의 공포’ 탓에 급락하고 있는 상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연준의 긴축 위험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주목하면서 당분간 침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김모(32) 씨는 “언젠가 거품이 떨어질 거라 생각은 했지만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른바 ‘미끼 상품’이라 불리는 예금은 의미없다 생각해 다른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바뀐 투자관으로 가족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공무원인 박모(31) 씨는 부동산 경매에 뛰어든 어머니와 최근 실랑이를 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부동산에 혹했지만 현재는 생각이 달라졌는데, 어머니는 “지금이 기회”라며 임장도 다니고 경매를 배우셔서 최근 싸웠다”며 “금리도 올랐는데 가족이 무리한 행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자처가 사라져 상대적 박탈감이 전보다 커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박모(34) 씨는 “경기가 침체돼면서 부동산 열풍이 식었다고 하지만 업계를 살펴보면 돈을 많았던 사람들은 계속 돈을 벌고 있다”며 “투자마저도 신분 상승의 기회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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