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노이)=김은희 기자]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남쪽으로 20㎞ 남짓 달려 하노이의 젖줄인 홍강을 건너면 왼편으로 왠지 익숙해 보이는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양옆으로 선 높은 건물과 그사이에 넓게 펼쳐진 낮은 건물. 높이감만 빼면 서울 롯데월드몰을 꽤 닮아 있는 이곳은 롯데그룹이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다.
지난달 23일 찾은 ‘롯데몰 하노이’ 롯데건설 현장은 외부 골조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인테리어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직은 타워크레인이 들어서 있고 마감 자재가 현장 곳곳에 널브러진, 미완의 모습이지만 거대한 크기는 보는 이를 압도했고 넓은 저층부 공간 덕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느낌이 물씬 났다.
내부에선 막바지 마감공사가 한창이었다. 형광조끼에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시멘트를 바르고 벽돌을 쌓으며 여기저기서 텅 빈 건물 안을 속속들이 채우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은 잿빛 벽만 가득했지만 높은 층고 덕에 탁 트인 느낌이 났다. “여기는 로비이고, 저쪽으로 라운지가 생길 거예요” “이쪽으론 쇼핑몰로 이어지죠”.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둘러보다 보니 화려한 인테리어로 채워질 미래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됐다.
하노이 서호지역에 들어설 ‘롯데몰 하노이’는 지하 2층~지상 23층, 연면적 약 35만㎡ 규모로 쇼핑몰과 영화관, 아쿠아리움, 호텔,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 등을 갖춘 복합 상업시설이다. 내년 8월 정식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인피니티풀이 조성되는 호텔 23층에 올라서니 하노이 시민의 안식처라는 서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남쪽으로는 롯데건설이 8년 전 준공한 롯데센터도 보였다. “지금까지 하노이의 랜드마크는 롯데센터였지만 내년 여름부터는 ‘롯데몰 하노이’가 새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 롯데건설 이승환 현장소장은 단언했다. 하노이 문화의 축이 바뀔 것이라는 이 소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건설이 그간 국내에서 쌓은 대형 쇼핑몰 시공 노하우를 롯데몰 하노이 현장에 모두 쏟아부었다. 고급 주거시설 시공 경험을 발판으로 호텔과 함께 현지 부유층과 외국 주재원을 대상으로 선보일 서비스레지던스를 세웠고 오피스도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몰 하노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쇼핑몰’을 선보이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베트남인의 특성에 맞춘, 이른바 ‘몰캉스(쇼핑몰+바캉스) 성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롯데몰 하노이 현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도 선보였다. 하노이 최초로 기초 공사에 슬래그를 활용한 친환경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지상에서 스카이브리지(skybridge·구름다리식 통로)를 먼저 제작한 뒤 인양해 접합하는 리프트업(lift-up) 공법도 적용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전환을 추진 중인 베트남에서 선보인 친환경 콘크리트는 현지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결합재인 시멘트 사용량을 50%로 줄이고 플라이애시와 고로슬래그 미분말을 각각 20%, 30% 늘려 이산화탄소 발생은 줄이고 건물 내구성은 높였다. 실제 롯데몰 하노이 건설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이 4920t가량 줄었다고 롯데건설은 설명했다.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수개월간 공사를 중단해야 했고 공사를 재개한 이후로도 매일 전 직원이 검사를 해야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건축 관련 각종 법·제도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특히 소방법의 경우 2020년 개정 이후 대규모 현장으로는 롯데몰 하노이에 처음 적용된 탓에 명확한 기준이나 선례가 없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승환 소장은 “국내에서 건설 경험이 많다고 자부해왔는데 하노이에 와 보니 사고방식이나 문화, 관련 법·제도 등이 달라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많이 배웠고 이제는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롯데몰 하노이는 무사고·무재해 현장이다. “한국이랑 똑같이, 아니 솔직히 더 강력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있어요. 법적인 기준을 떠나 ‘롯데’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거리에 나가 보면 다들 롯데를 반가워해요.” 이 소장은 “베트남 국민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쉼터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끝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은 롯데몰 하노이의 준공을 발판으로 현지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에서는 ‘호찌민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주거사업장과 물류사업을 개발 중이다.
다만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최근 베트남 부동산시장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기존 사업장에 집중하며 이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엄신철 롯데건설 하노이사무소장은 “신규 투자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장 위주로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현지 시공사와 비교해 기술 차별화가 가능한 특화 공종의 도급사업에 집중하되 경기가 회복되면 신규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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