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본사 일대

집회 단체들 연일 확성기 시위

장송곡 울려 퍼지기도

시민 등 소음 피해 노출

어린이집 원아들 낮잠 못 자기도

집시법서 규정한 데시벨 기준 넘지 않으면 소음 규제 못해

어린이집, 초중등교육법에 포함 안 돼

교육시설 아녀서 집회 멈출 방도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아이가 어린이집 앞 집회 측에서 틀은 장송곡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는 게 무섭다고 떼를 쓴 적도 있었어요.”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일대의 어린이집에 5살 자녀를 보내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어린이집 주위에서 매일 이뤄지는 집회 시위에 아이가 겁을 먹었다고 했다. 김씨는 “어린이집 관계자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6, 7세 아이들은 내용도 모른 채 장송국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며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집회를 하지 말라고는 못하지만 소음을 좀 줄여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일대에는 고(故) 정우형 대책위원회와 삼성전자서비스해복투를 비롯해 1인 시위까지 매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집회 시위로 인해 해당 일대의 거주민이나 근로자들이 소음에 노출돼 있어도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지속적인 피해를 입는 실정이다.

특히 집회 측에서 매일 스피커를 통해 장송곡(葬送曲·장례 때 연주하는 곡)을 틀면서 이 일대에 위치한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낮잠을 자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인근에 고(故) 정우형 대책위원회와 삼성전자서비스해복투에서 설치한 천막 모습. 차량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연일 큰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김영철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인근에 고(故) 정우형 대책위원회와 삼성전자서비스해복투에서 설치한 천막 모습. 차량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연일 큰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김영철 기자

해당 일대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유독 집회 측에서 틀은 장송곡이나 발언이 크게 들린다”며 “그러나 아이들은 보통 정오께 낮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취침에 방해가 된다. 교사들 역시 하루 종일 집회 소음을 듣고 있으면 두통이 오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에 수차례 신고도 해봤지만, 그때마다 잠시 소리가 줄어들 뿐, 며칠 지나면 다시 소음이 커진다”며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집회를 제재할 근거도 없어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A씨의 말처럼 어린이집은 교육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집회 시위를 멈추게 할 방도도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육시설인 초·중·고등학교 주변에서 집회로 인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교육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를 막을 방안이 없다.

현행 집시법상에선 지나친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집회 측의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 근처는 낮 시간 등가소음도(10분간 평균 소음값) 65데시벨, 최고소음도 85데시벨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어린이집 주변 등 ‘그 밖의 지역’에 해당할 경우 등가소음은 75데시벨, 최고소음은 95데시벨 이하 규정을 받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삼성본사 일대의 소음을 매일 측정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법상으로 제한한 데시벨을 넘었던 적이 없어서 집회 관련 신고가 들어올 때만 (집회 측)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일대 어린이집에서 소음 피해를 입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집시법 상으로 어린이집이 초·중등교육법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행정법원을 통해 집회를 멈추게 하는 가처분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인근에서 한 1인 시위자가 트럭을 멈춰 세우고 장송곡을 틀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본사 인근에서 한 1인 시위자가 트럭을 멈춰 세우고 장송곡을 틀고 있다. 김영철 기자

법조계 전문가들은 집회 자유를 훼손할 위험이 있어 현행 집시법에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더 만들 순 없다고 했다. 다만 집회 측도 소음으로 인해 주변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점을 감안, 집시법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집회 소리가 크고 장송곡을 튼다고 해서 집회 내용과 방식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다만 집회로 인해 시민들의 피해가 크지 않도록 (집회 측도) 집회 소음을 조절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