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 의중' 살피며 당내 의견수렴
“영남 뺏기고, 호남 못 얻는다” 경계론도
민주, “정치적 유불리 따지나” 눈초리
[헤럴드경제=이세진·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를 가운데 놓고 정치권 셈법이 무한 확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 논의를 넘겼지만 여당에서조차 지역구 유불리를 따지는 등 의견이 엇갈리면서 초반 추진 동력이 걸리지 않는 상태다. 앞서 선거제 개혁을 주장해 온 야당도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위성정당 방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전반과 심지어는 개헌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있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제도 확정 시한을 맞추기 쉽지 않단 전망이 나온다. 또,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선거제도를 ‘셀프 개혁’ 하는 모양새라 진정성에 대한 비관론도 제기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편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내주 중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어 본격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정개특위에는 11개의 선거법 개정안이 추려져 있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1월에는 전체회의가 한번 열리고, 1소위·2소위도 다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대통령 의중을 파악하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나섰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4일 중대선거구제 관련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상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되어있는데 마침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정개특위에서 현재 선거구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받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위 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숙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필요하면 정책의총을 열어서 우리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순서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 선에서는 신중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개특위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갑자기 대통령이 그 방향으로 가자고 한다고 해서 흘러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우리나라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 해도 양당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기초의원 선거는 복수로 뽑는데, 일종의 중대선거구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유의미한 의석수를 차지한) 소수당이 있긴 한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전국에 적용할 경우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역에는 민주당에 의석을 내주는 반면, 민주당이 우세한 호남에서는 절대열위에 놓일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윤 대통령이 이슈를 점화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냐”며 경계를 갖추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중대선거구제는 자칫 중진 의원들 중심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단점도 있다. 오래 정치를 하면서 이름도 많이 알려져 있기에 신인 정치인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선거구조제도라는 말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 수도권에서만 중대선거구제를 부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계산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도권이 민주당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이고, 영남은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국민의힘에 대단히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셈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견을 전제로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를 하기 훨씬 편리한 편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면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현재까지 증명되기도 했다”며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와는 소선거구제가 궁합이 좋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정치적 조합이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여야가 동시에 미지근한 상황에서 오는 4월10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빠듯한 시간표도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또 국민의힘은 오는 3월8일 전당대회와 4월 원내대표 선출 등 당내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동력을 얻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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