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헌법·법률 위반 명백” 자신감

결국 ‘정치 공세 장기화 뿐’ 지적

헌재 판결까지 여론전 이어갈 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태원 참사’ 예방 및 대응 법적 책임여부 판단이 헌법재판소 손에 넘겨졌다.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결론내린 야권이 이를 밀어붙여 일단 이 장관 직무는 정지됐지만, 정치권은 헌재 최종 판단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쉼 없는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전한 기각 우려와 함께 여론전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野) 3당이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추진한 배경에는 헌재 탄핵심판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본 자신감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일각에서 헌재 탄핵은 (법적 판단 성격 외에도)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를 믿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런 순수한 기대에 의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게 아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에 당이 그렇게 투신할 수는 없다”며 “당은 실제로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탄핵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 3당은 지난 6일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에서 이 장관의 재난 예방·대응과 관련한 헌법·법률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 등을 적시했다. 이들은 또 이 장관이 이런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10조 역시 위반했다고 지적하는 등, 이 장관의 헌법·법률 위반 사유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세월호 7시간 행적’ 등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 민주당은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오 원내대변인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안전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구체적이고 특정적으로 재난발생시 의무가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읽고 있다. [연합]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읽고 있다. [연합]

법적 근거 외에도 민주당은 참사 책임 회피에 급급한 장관 문책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크게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진의원은 본지에 “159명이나 희생된 참사를 두고 제대로 된 사과,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 다수 야당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면서 “지난주 열린 참사 100일 추모제에서의 격앙된 유가족 모습에 의원들도 이 같은 생각을 굳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로 공이 넘어간 탄핵심판에 민주당은 여론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의원은 “헌재에서 변론이 이어질텐데 우리 당은 유가족 측을 적극 지원하면서 탄핵 당위성을 지속 피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의 불안감도 지속 감지된다. 앞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를 위해 열었던 첫 번째 의총에서 “헌재 기각시 총선을 앞두고 역풍이 우려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빠른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어 주말 모바일투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두 번째 의총에서 이를 당론으로 모은 바 있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헌재 판단을 지켜 볼 문제고, 민심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내 여러 의견들이 나왔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겠다 해서 당론으로 간 것인데, 문제는 탄핵 결정이 나는 시점에 원내대표는 (임기 만료로)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지 않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우리 당도 계속해서 (법적 책임 공세보다는) 이 장관이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아닌가”라며 “헌재로 탄핵을 끌고 가서 여론전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민들 마음에만 골병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