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기술수준 격차 4년새 7.3%p→0.1%p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선 韓 7위·中 4위 역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K-프리미엄’을 앞세운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무기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양국 간 기술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일부 신사업 분야에선 기술력 역전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중점과학기술 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미국) 대비 80.1%로 중국(80.0%)에 0.1%포인트 앞선다.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77.6%, 중국이 70.3%로 양국 간 기술수준 격차가 7.3%포인트에 달했으나 2018년 0.9%포인트로 확 줄었다. 현재 추세대로 라면 올해 발표하는 2022년 평가에선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설 가능성이 크다.
한중 간 기술 수준이 이미 역전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세계 37개국을 대상으로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 순위를 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는 종합 7위로 중국(4위)보다 세 계단 낮았다. 우리나라는 자원, 활동, 네트워크 부문에서 중국보다 앞섰지만 환경, 성과 부문에선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제도적 지원환경과 제도, 교육 환경, 문화 등에선 30위를 기록하며 전체 대상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술 추격의 위기감은 산업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수주량 1위를 내줬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지금껏 경쟁력 우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조선사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메탄올 추진선 등을 따내기 시작했고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도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중국은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2016년 1.1%에 불과했지만 2021년 16.6%까지 상승했다.
중국은 특히 미래산업 분야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산업 굴기(부상)’을 목표로 한 적극적인 투자가 주효했다.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이차전지 등 분야에선 이미 우리나라가 기술 수준과 시장점유율, 가격경쟁력에서 모두 열세다. 수소 분야도 연구개발(R&D) 확대에 힘입어 2014~2020년 누적 특허 수 기준 미국·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R&D 투자를 펼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넓힐 수 있을지 의문이나 지금으로선 기술 경쟁력 확대밖에 답이 없다”며 “다행인 건 중국과 무역을 줄이는 국가가 많으니 전략적 동맹, 프랜드 쇼어링(우호국 간의 공급망 등 경제협력 강화) 등을 적극 활용해 시간을 벌면서 법·규제 개선 등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킬 방안을 고안·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중장기 관점에서 핵심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 이를 통한 새로운 경쟁력 창출이 중요하다”면서 “대기업의 선도적인 전략 추진과 함께 활발한 스타트업 창업·성장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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