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치고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치고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당초 SM의 지배구조 문제가 주요 이슈였지만, 지금은 서로 비리를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여기에 하이브, 카카오 등이 등판하면서 이제는 SM 스스로가 아닌, 외부 세력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칼자루를 쥐어주게 생겼다. 전문가들도 SM 사태의 주요 변곡점으로 SM 내부 사정 보다는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이나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조정 등 외부 변수를 거론하고 있다.

SM 매출액의 15% 먹는 라이크기획…주주들 "이건 아니다"

19일 가요계 등에 따르면, SM 사태의 시작은 이 전 총괄의 회사인 라이크기획이다. 지난 2000년 SM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증권신고서에 등장한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가수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하고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받았다. 라이크기획이 지난 2021년 현재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 액수는 총 240억여원. 이는 SM의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간 라이크기획은 SM 내 이 전 총괄의 영향력 등으로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한류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현재 SM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한 얼라인파트너스 뿐 아니라 이미 지난 2019년 6월 당시 SM 지분 7.59%를 보유한 KB자산운용도 라이크기획 합병 및 배당 확대 등을 주주 서한을 통해 요청한 바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주주들의 문제제기에도 침묵을 지키던 SM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행동주의펀드 언라인이 전면에 나서면서다. 언라인은 지분 약 1%를 가지고 소액주주들을 대변한다면서 SM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자신들이 낸 후보를 감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이어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 및 프로듀싱 시스템 개편 등을 요구해 사실상 경영진의 ‘백기 투항’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공동대표까지 얼라인 쪽으로 돌아섰다.

그 결과 음반 제작에서 이 전 총괄을 배제하는 ‘SM 3.0’ 및 카카오에 대한 신주배정 등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수만의 반격, 그리고 하이브

이 전 총괄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자신과 상의없이 발표된 ‘SM 3.0’ 및 카카오에 대한 신주배정 결정에 적극 반대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카카오가 지분 9.05%로 2대 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등에 대해선 법원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헤럴드 DB]
방시혁 하이브 의장. [헤럴드 DB]

여기에 SM의 경쟁사인 하이브까지 경영권 분쟁에 끌어들였다.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불시에 한 것. 하이브 역시 SM의 대주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이 전 총괄 지분 외에도 추가로 지분 25%를 확보하기 위해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덕분에 SM 경영권 분쟁은 ‘SM 경영진 VS 얼라인’에서 ‘SM경영진·카카오 VS 이수만·하이브’로 확전됐다.

SM 경영진은 자신들의 든든한 우군인 카카오가 손발이 묶이면서 수세에 몰리자 폭로전을 시작했다. 이성수 대표가 나서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과 에스파 컴백 지연의 속사정 등을 담은 유튜브 폭로전을 개시하면서 인수전은 감정싸움을 동반한 진흙탕 소모전으로 변질했다.

관건은 가처분 결정·공개매수 성공 여부

SM 사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변수는 바로 카카오에 대한 SM 신주 인수 금지 가처분 결과이다. 법원은 오는 22일 첫 변론 기일이 잡고 이 사건을 들여다본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마감이 오는 28일이고, 신주 발행일이 내달 6일인 만큼 늦어도 3월 초에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게 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 인수 경쟁자인 하이브가 이미 14.8%의 지분을 갖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사실상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카카오가 2대 주주로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시장의 기대처럼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대의 공개매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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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사태의 두 번째 변곡점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을 추가로 25% 가량 더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 제시한 가격이 이 전 총괄과 같은 주당 12만원인데, 이미 SM 주가는 주당 13만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하이브는 아직 공개매수 마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분 경쟁에 합세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 역시 치열한 표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이미 새 이사 후보와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대부분의 '패'를 공개한 상황에서 SM 경영진이나 얼라인 측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카카오 측 인사가 포함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 이 상황을 보며 모두가 느끼는 것은 SM이 지금까지 문제가 참 많았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K팝 산업이 구호로는 '휴머니티'와 '지속가능성' 같은 거창한 것을 내걸었지만 경영 방식은 굉장히 원시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