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카카오의 반격’이 시작됐다.
법원의 저지로 2대 주주로 올라서려던 당초의 계획이 실패하자 마침내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 일반 주주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최대 35%까지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른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결정에 “내부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SM 인수전’의 숨막히는 2라운드의 출발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 입장문을 통해 오는 26일까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 진행한다 밝혔다.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39.9%까지 지분 확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 결정은 ‘기습 카드’였다. 총 인수금액은 약 1조2500억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절반씩 투입하고,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은 하이브가 제시했던 주당 12만 원 보다 25%나 비싼 15만원. 전날 SM엔터의 종가인 13만100원보다도 14.5%가 높다.
이에 따라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를 통해 35%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총 39.9%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3사(카카오, 카카오엔터, SM)는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며 “현재 해당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지분 공개매수를 배경을 밝혔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결단은 업계에서도 높은 가능성으로 점쳐졌던 부분이다. 엔터 업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SM 엔터 지분 9.05% 확보가 어려워졌음에도 “SM을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기치로 내건 카카오는 앞서 SM 현 경영진과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을 맺으며, SM의 지식재산권(IP)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날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 아티스트들이 가진 탁월한 경쟁력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의 성장 저해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현 경영진의 노력과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 및 전략 방향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는 SM과의 만남을 통해 K-컬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음원, 아티스트 IP와 결합해, 글로벌 음원 유통 협력과 글로벌 아티스트 공동 기획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양사의 IP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카카오는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양사의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는 K컬쳐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여 엔터 산업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15만원에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은 초강수였다. 5%도 안되는 지분율로 하이브를 상대하려니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카카오에게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카카오의 자본력은 충분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달 24일 이미 약 9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와 넉넉한 실탄을 채운 상태다. 나머지는 오는 7월 납입된다.
하이브도 전면전 준비?!…“내부 논의 중”
카카오의 참전이 명확해짐에 따라 이제 하이브와 카카오의 전면전은 불가피해졌다. 하이브의 선택에 따라 ‘SM 인수전’은 또 한 번 새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미 하이브가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이 전 총괄의 지분과 공개매수 확보 지분을 더해 총 15.78%다. 풋옵션이 걸린 이수만의 잔여 지분 3.65%를 더하면 19.43%로 늘어난다. 이 지분은 올해 안에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카카오에 맞불을 놓기 위해 추가 공개 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카카오가 제시한 15만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에 공개 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나섰다. 하이브가 카카오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를 시도한다면 카카오의 반격은 수포가 될 수도 있다.
하이브는 이와 별도로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에도 한창이다. 하이브는 최근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자신들이 그리는 새로운 ‘SM의 비전’을 공개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진 현 경영진 측 사내이사 후보와는 다르게 하이브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는 SM 3.0 그 이상을 구현해 내는 데 핵심적인 경영진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SM에 얼룩진 여러 가지 잘못된 관행과 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깨끗하게 단절, 정리할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사내이사 후보자로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는 “SM의 본질인 음악 사업은 오리지널 음악 콘텐츠의 품질 최고주의 철학을 공고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제한적 리소스(자원) 상황에서 무리하게 설계된 신인 데뷔 및 앨범 론칭의 양적 성장 플랜에 대한 현실적 검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아티스트의 초기 브랜드 형성을 위한 콘텐츠 투자에 재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3년간 SM의 당기순이익 30% 배당 성향을 유지하며 성장과 주주가치를 균형 있게 제고하는 보상 체계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의 고심은 깊어보인다. 카카오의 결정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곧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선 “당사도 (공개매수) 내용을 확인, 내부 논의 중”이라며 “현재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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