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흔든 대표적 ‘장외주자’ 평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연합]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연합]

대통령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여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3·8전당대회의 판세를 흔든 대표적인 ‘장외주자’들이다. 선거판 밖에 자리잡은 이들은 주요 국면마다 장 내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존재감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각은 엇갈린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선거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전대 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이 일부 당원들에게 김기현 당대표 후보에 대한 ‘홍보 전파’를 요청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다. 전대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경쟁주자들은 반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 측은 대통령실의 입장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이번 전대에서 대통령실이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사태는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영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직후부터 꾸준히 차기 당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유력 당권주자였지만, 대통령실과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갈등 끝에 약 한 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2월 초에는 안철수 후보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불거졌다. 안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사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직접 국회를 찾아 비판을 쏟아냈고, 장 의원과 통화 사실을 알리며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의 균열을 주장한 안철수 선거캠프의 김영우 전 의원도 국민통합위 위원에서 전격 해촉됐다. 두 사건을 거치며 대통령실의 지나친 당무 개입이라는 지적과 함께 ‘윤심 선거’ 논란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당 내에서는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놓고 “이례적인 개입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다수다. 집권 초기인 데다 총선을 앞둔 만큼 대통령실과 당정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수면 위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견제가 이뤄진 방식을 놓고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나경원·안철수 사태 당시 대통령실의 이례적인 공개 발언과 다수의 익명 언론보도 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였다면 물밑에서 소위 ‘세련된’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겠지만, 지금 방식은 매우 거칠다”며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 내 여론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원로나 구심점이 없는 점도 거친 방법을 동원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당 윤리위 징계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던 이준석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개혁 보수 성향의 ‘천아용인’을 지원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명분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와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의 후원회장이지만, 보폭은 광범위하다. 천아용인 브랜드 홍보부터 선거운동 방식까지 직접 세부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응원단장 출신인 이기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의 율동 영상도 이 전 대표의 아이디어다.

특히 언론 인터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기현·안철수 후보 등을 저격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대통령실과 나경원·안철수 간 갈등 관계에서도 비판 여론을 선도하며 ‘친윤 대 비윤’ 선거 구도가 자리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자서전인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출간에 따라 전대 이후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전대를 통해 당원들의 지지가 수치로 확인되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장외주자의 존재감이 커질 수록 그 지원을 받는 후보의 그늘이 짙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 기자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