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윤씨 종택길·윤선도 유적 등
발길 닿는 곳곳마다 봄기운 가득
땅끝여행 압권은 ‘해남 8미’ 식후경
유라시아 대륙 동쪽 대한민국 땅끝에 새해 첫 봄이 왔다. 서쪽 땅끝 스페인 피니스테라(Finistera:땅끝)가 먼저 꽃소식을 전하더니, 동방의 땅끝 해남의 고산 윤선도 유적에 오상고절(傲霜孤節)의매화가 활짝 피었다. 선비들의 꽃인데 2023년 봄처녀들이 나무 위에 냉큼 달려올라 접사(接寫)를 시도한다.
해남윤씨 종택 가는 길에 한여름 잔디처럼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길래 가까이 가보니, 겨울을 이겨낸 보리가 활짝 나래를 펴듯 초록의 이파리를 내밀고 있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어느 양지바른 농가엔 홍가시 나무가 벌써 붉게 잎을 물들이고 있었고, 대흥사 연못엔 부쩍 봄물이 늘어 주변의 소나무를 거울 처럼 담는다.
해남 먹거리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황토는 봄과 여름에 아주 붉다. 겨우내 얼었던 황토는 푸른 보리싹과 보색대비를 이룬다. 봄이 만들어지는 풍경에 우항리 공룡 마저 깨어날 기세다.
땅끝 봄마중도 식후경이다. 해남은 바다와 산, 들녘의 자원을 고루 가진 곳으로 다채로운 식재료를 품고 있다. 여기에다 ‘전 주민의 셰프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강진이 8미(味)로 추천한 보양식을 눈여겨 보았다가 1박2일 삼시세끼 기회가 생기면 꼭 챙겨먹어 보자.
해남의 8미는 ▷가성비 높은 닭 코스요리 ▷보리쌈밥 ▷해남식 떡갈비 ▷남도로 유배 온 한양의 수랏간 상궁이 남도 요리법과의 조화를 도모하며 개발했다고 전해지는 해남 한정식 ▷3월 초까지 가장 맛있다는 해남 삼치회 ▷생고기 ▷해남 황칠오리백숙 ▷산채정식이다.
기차여행 전문 해밀여행사는 이 8미를 주제로 ‘KTX로 떠나는 두근두근 해남 미식체험&힐링 기차여행’ 상품을 운영 중이다. 미식 체험과 함께 대흥사, 땅끝마을, 포(4)레스트수목원, 울돌목 위를 지난 명량 해상케이블카 등 해남군의 주요 관광자원도 둘러보고, 해남 특산품 고구마를 활용한 고구마 빵 만들기, 찾아가는 양조장 체험 등을 한다.
활력을 얻은 다음, 봄 마중을 나가고 싶다면 보해매실농원이 좋겠다. 조만간 땅끝매화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1만4000여 그루의 매화가 넓은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흰 매화 사이 언듯 언듯 보이는 홍매는 꽃가마 가슴에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봄처녀일 것이다.
곧 새싹들이 완연하게 솟아나면 푸른 양탄자를 깔 것이고, 매화, 동백, 벚꽃 등의 춘향(春香)은 더욱 발랄해질 것이다. 1978년 문을 연 산이면의 이 농원은 매화가 피는 때 대국민 무료개방하고 있다. 동백과 야생화도 어우러진다.
땅끝매화축제에선 꽃도 보고 매실주도 들이킨다. 난타 등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지역민들이 준비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요즘 국내 드라마,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도연이 2005년 황정민과 함께 이곳에서 ‘너는 내 운명’ 영화를 찍기도 했다.
해돋이는 땅끝 맴섬, 해넘이는 바로 서쪽 옆동네 송지의 중리, 죽도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일출, 일몰 명소다. 소나무 사이로 혹은 섬 사이로 드리워지는 석양은 붉은 기운이 바다 위 하늘 위로 마구 번지고 그 붉은 동양화 그림 속에서 바다새들이 느릿하게 해안가를 거닌다.
남파랑길 종점인 해남이 다시 기점이 되는 서해랑길에서 석양맛집이 많고 많지만, 땅끝에서 일출 보고 달마고도에서 건강트레킹을 한 뒤, 옆 마을 송지 가서 노을을 보는 것은 일석이조 여행코스라는 점에서 다르다. 송지엔 바다와 땅끝전망대로 이어지는 구릉 등, 천혜의 자연경관에 감싸인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오토캠핑촌이 있다. 전남 친환경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곳으로 다양한 건강힐링체험과 함께 멋진풍경 속에 휴양하는 곳이다.
달마고도는 미황사의 실경 병풍이다. 이 길 트레킹은 그래서 병풍을 걷는 길이다. 단청을 하지 않은 미황사의 겸손함에 하늘은 달마고도의 절경을 하사한 듯 하다. 미황사 대웅보전은 해지기 전 금색으로, 달마고도 기암괴석 병풍은 은색으로 빛난다.
울산~김해 일대에 2000년된 한국-인도 결혼동맹, 1500년된 불교교류 흔적이 있다면, 미황사는 1300년 전 보물을 선물하던 한국·인도 우호협력의 자취이다. 725년 인도에서 돌배(石船)가 불상과 경전을 싣고 땅끝 선착장으로 들어온뒤, 이 성물을 실은 소가 멈춰 아름다운 울음을 지었던 곳에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금강산 만물상의 축소판 기암괴석 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겹쳐서 도열해 있다. 달마산은 남쪽 금강산으로 불린다. 서쪽 능선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30분쯤 가면 높은 바위 위에 지어진 예쁜 암자, 도솔암이 반긴다. 자연지세를 활용하고, 단단하게 돌담을 쌓아올려 안전을 도모했다.
달마고도 북쪽 대흥사와 연결된 두륜산은 케이블카로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로 9부능선까지 오르고 나머지 10분만 걸어올라가면 해발 700m 정상에 서는데, 서해안과 남해안 다도해를 발아래 두고 조망한다.
이 산은 544년 아도화상이 세운 1500년 역사의 고찰 대흥사 서산대사의 족적이 남아있는 표충사가 유명하고, 보물 4점, 천연기념물 1점 등 문화유산으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노약자도 편리하게 케이블카로 올라와 등산의 묘미를 맛보고 감격해 한다. 멀리 영암 월출산과 강진만, 완도, 진도, 신안 등 남도의 수려한 풍경이 보이고, 가까이로는 주변의 능선들이 일제히 이 두륜산 정상 꼭지점을 향해 경배하며 올라오는 듯 한 형세이다.
청년감각이 물씬 풍키는 4(포)레스트, 카페 문가든, 영화 ‘관상’의 대표 아이콘이자 국보인 윤두서 초상화와 고택의 인문학을 만나는 고산윤선도 유물전시관, 국내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동일한 지층에서 발견된 우항리 해남공룡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해남 여행명소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고3 딸 학원비 40만원만” 끝내 외면한 전처…자식 마저 버린 ‘나쁜 부모’와 싸우는 그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9/news-p.v1.20260829.87d95bef732846b383020b75a70f53a5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