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했던 12세 소녀가 강제로 보육원에 끌려갈 위기에 처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마리야 모스칼료바(13·약칭 마샤)에 대한 아버지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4)의 양육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모스칼료프는 지난달 말 법원에서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아빠와 둘이서만 생활해 온 마샤는 아빠의 양육권이 제한되면 복지당국의 처분에 따라 보육원으로 강제 이송돼 홀로 살아가야 할 공산이 크다.
마샤 부녀의 비극은 학교에서 그린 그림 한 장이 발단이 됐다.
마샤는 지난해 4월 미술 수업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지지하는 그림을 그리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이 아닌 우크라이나 가족을 주제로 삼았다. 그림엔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가족에게 날아드는 모습과 함께 '전쟁반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말을 적었다.
이를 본 교사는 교장에게 즉각 신고했고, 교장은 경찰을 불렀다.
이후 수사당국은 모스칼료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잡아내 지난해 12월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복지당국도 지난해 5월 이들 부녀를 보호받아야 할 취약가정 목록에 올리고 갈라놓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치를 계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온 러시아 인권위원회는 모스칼료프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러시아 관리들은 아버지가 불량한 보호자이고 딸은 학교에서 성적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스칼료프는 지난달 가택연금에 들어갔고 마샤는 임시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모스칼료프는 군 명예훼손 선고공판 직전에 벨라루스로 달아났다가 체포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마샤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아빠에게 편지를 여러 장 보내 계속 함께 살고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편지 일부에는 '아빠는 나의 영웅'이라는 말과 하트가 적혀있다.
모스칼료프의 변호인 블라디미르 비리넨코는 "모스칼료프가 자신이 아닌 딸에게 일어날 일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이제 자녀를 빼앗아 가는 방식으로 비판론자들을 처벌한다"며 모스칼료프의 사례가 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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