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7월 9일까지 열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주제로
32개국 작가 300여 작품 선보여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들이 있다. 기후변화, 인종갈등, 가부장제, 민주화, 점점 더 정교해지는 소수자들에 대한 억압....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와 관련, 부드러운 전복을 제안한다. 그는 “예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예술의 힘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며 “비 직접적이고, 은유적으로 (하는 게) 오히려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나”고 말했다. 혁명이나 제도가 성취할 수 없는 것,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통해서다.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지난 6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7일 공식 오픈하는 행사는 오는 7월 9일까지 94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본전시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시작으로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집 등에서 전시가 개최된다. 이와 함께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9개국이 파빌리온(특별관)을 운영한다. 사실상 광주시 전역에서 현대 미술제가 열리는 셈이다.
▶가장 약하고 말캉한 고데기, ‘예술’=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도덕경에서 차용한 문구다. 이숙경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수석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아 ‘가장 약하고도 말캉한 고데기’인 ‘예술’이 갖는 강력한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흐르고, 사라지고, 스며드는 물의 속성을 그대로 닮았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공부했고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경계인·소수자·외부인으로 살았다. 이번 전시는 서양 주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보자”고 덧붙였다.
특히 광주비엔날레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광주 정신’이다. 민주화 성지로 요약되는 광주는 그래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전시에선 광주를 직접적으로 기리는 작품이 없다. 작품의 저변에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깔려있을 뿐이다. 드러내지 않은 욕망은 강력한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전시관 입구는 시와니 전시‘압도’=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흙더미와 밧줄로 이루어진 숲을 만나게 된다. 안쪽에서는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영상 ‘영혼 강림’(2022)가 상영되고 있다. 묵직한 흙 냄새를 지나 영상에 가까이 가면 꽤 넓은 크기의 수조가 펼쳐진다. 양쪽 벽과 수조에 같은 영상이 시차를 두고 이어진다.
시와니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는 영적 치유자 ‘상고마’이다. 인종차별이 여전한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가부장제로 인한 이중 억압에 처한 그는 직접적인 저항 대신 선조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땅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얻는 방식으로 균형이 깨진 현시대에 스스로가 대안이 되는 것.
“땅이 우리를 치유하는 힘을 선물로 내어줬음을 깨달았다”는 작가는 시적인 영상을 통해 억압에 대한 반작용을 말한다. 모든 형태의 억압에 대해 저항하고 연대하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갈망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예술가는 광주에, 관객은 작품에 더 다가서=광주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시도도 있다. 초상화를 주로 그리는 알리자 리젠바움은 5·18 이후 2년 뒤 설립된 놀이패 ‘신명’의 멤버를 그렸다.
작품은 5·18 당시 죽은 사람들과 유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위로를 전하는 ‘언젠가 봄날에’(2010)라는 마당극을 하는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격정과 공감 사이의 관계를 포착해낸다. 드레스 리허설이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에도 배우들은 캐릭터를 내려놓지 못한다. 어머니는 장성한 아들의 무릎을 베고 눈을 붙였고, 아들은 어머니의 어깨를 감싼다. 배우는 사라지고 배역만이 남아 진한 아픔을 전한다.
그런가 하면 관객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김구림은 여성 모델들의 신체에 장식적 문양을 넣고 구슬과 레이스를 붙였던 ‘바디페인팅’(1969)을 참여형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이건용은 1976년 시작한 ‘바디스케이프 76-3’ 연작을 관객의 손을 빌어 완성시킨다.
이승택은 관객들이 노끈과 밧줄을 만져보고 재구성할 수 있는 조각 작품 ‘무제(이 물건으로 무엇을 만들어도 좋습니다)’(1967=1970/2023)로 관객의 참여를 장려한다.
▶뉴욕·아마존 등의 잊혀진 서사의 복원=잃어버리고 삭제된 맥락의 복원을 시도하는 작업들도 인상적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앨런 마이컬슨은 굴껍데기를 쌓아놓고 그 위에 뉴욕 맨해튼의 풍경을 투사한다. ‘패총’(2021)이라는 작업에서 작가는 400년 전 맨해튼에 네덜란드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지역민이 살고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해양 오염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뉴욕은 굴이 많이 생산되던 곳이었다. 수 세대에 걸쳐 지역민에게 먹을거리가 되었던 굴을 통해 잊혀진 역사를 복원한다.
아벨 로드리게즈는 아마존에서 계속되는 폭력 사태를 피하기 위해 보고타로 이주한 콜롬비아 남부 노누야 민족의 후손이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아마존에 대한 지식을 드로잉으로 변환했다. 아이누족 작가 마윤키키는 텍스트와 아카이브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선주민으로 일본 사회에서 평생에 걸쳐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경계를 탐험한다.
광주=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