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의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신흥국의 고금리 채권상환액은 300억달러로, 올해의 3배가 넘는다. [로이터]
신흥국의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신흥국의 고금리 채권상환액은 300억달러로, 올해의 3배가 넘는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잠비아와 에티오피아, 가나 등 최빈국 부채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미국 등 서방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미 워싱턴에서 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 핵심 이슈로 논의될 예정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와 WB,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 등은 최빈국 부채 위기 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라운드 테이블을 연다. 이 자리에는 최대 채권국인 중국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빈국·개도국의 고금리 국외채권 상환액은 2024년 300억달러(39조6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84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잠비아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튀니지, 케냐 등 10여개가 넘는 국가들의 추가 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1월 G20은 최빈국의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에 합의하고, 서방 채권국과 중국이 함께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첫 회의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채무 조정 과정에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미국 등 서방국과 “WB 등 다자개발은행들이 손실을 떠안아야한다”는 중국이 첨예하고 맞서면서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채권국의 일부가 더이상 상환 받을 수 없는 대출에 대한 손실을 일부 감수하는데 동의를 해야하지만, 중국은 그런 의사를 보이지 않아왔다”면서 “잠비아와 가나, 에티오피아와 같은 나라들과 수백명의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잠비아를 시작으로 에티오피아와 가나 등 아프리카 빈국들이 잇따라 디폴트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튀니지와 케냐, 파키스탄 역시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외신들은 잠비아의 채무 구조조정 합의가 향후 신흥국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잠비아를 시작으로 에티오피아와 가나 등 아프리카 빈국들이 잇따라 디폴트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튀니지와 케냐, 파키스탄 역시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외신들은 잠비아의 채무 구조조정 합의가 향후 신흥국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공동 프레임워크’의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돼 온 잠비아의 채무 구조조정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잠비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이자, 공동 프레임워크 합의가 도출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국가 디폴트를 선언했다. 잠비아의 대외 부채 중 3분의 1은 중국에게 진 빚이다.

특히 잠비아의 채무 구조조정 문제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네 탓 공방도 격화돼왔다. 미국이 채권자들의 합의를 중국이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 가운데, 중국 측은 연방준비제도의 ‘무책임한 통화정책’에 책임을 돌려왔다.

하카인데 히칠레 잠비아 대통령은 “잠비아는 거의 시험쥐와 같다. 모든 채무국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이견을 접어두고, 신흥국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채 탕감이 나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 최빈국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G20 채무재조정 합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WSJ은 중국이 주요 채권국들과 타협을 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채무 재조정 협상 과정에서 다자개발은행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