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용산·동작=권지나 기자]부동산업계에 15년째 몸을 담고 있는 이정욱(53) 씨는 길을 가다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는 배고픔에 떨고 있는 노숙인에게 “꼭 식사를 하시라”며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고 나서야 발걸음을 뗀다.
5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 씨는 현재 해외 입양인 지원기관 ‘둥지’에 고정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또 수단, 방글라데시, 천주교 단체 등 5개 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 우물을 파거나 학교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에게 올해의 기부 액수에 대해 묻자 “현재 고정적으로 후원을 하고는 있지만 액수는 상황마다 달라 일정치는 않다”며 “금액으로 치면, 올 한해 600~700만원 정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씨에게 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우리나라는 입양아 수출 1위이다. 우리나라 입양아들이 해외로 많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30년 전 남편을 따라 해외로 가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우연히 해외로 입양을 가는 것으로 보이는 갓난아기를 마주했다. 한눈에 봐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였는데, 아이가 울며 보채는 것을 보고 안아보게 됐다고. 하지만 “무표정했던 아기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며 “아기에게서는 밝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굉장히 슬퍼보였다. 아마도 자신이 입양을 가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또 “그 당시 큰 아들이 다섯 살이었는데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었던지라 가슴이 정말 아팠다”고 말했다. 그런 일은 겪은 뒤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되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아이들이 연년생으로 태어났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이씨는 “그 때 입양된 아이는 지금 30대 초반 정도의 아주 예쁜 아가씨가 되어 있을 것 같다”며 “아이가 똘똘해보여서 지금쯤 양부모집에서 잘 적응해 밝고 건강하게 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30년 전 해외로 건너가 10년 정도 거주한 뒤 한국으로 돌아 온 이씨는 아이를 키우며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부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이 씨에게 기부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는 기부에 대해 “인생을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특별히 여유가 있어서 베푼다기 보다 기부를 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 일 시작과 함께 찾아온 안면마비…삶의 희망 포기하지 않아 이 씨의 집안형편은 그리 부유한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어려워져도 후원금은 1순위로 낼 만큼 기부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이 씨가 부동산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3년에는 그에게 구안괘사(얼굴쪽 안면마비)의 병이 찾아왔다. 지금도 많이 피곤하면 몸이 반응을 하지만 일을 쉬거나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그는 현재 부동산 일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봉사에만 매진해서 하고 싶을 정도로 남을 돕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런 이 씨의 바람은 생각보다 굉장히 소박하다. 그는 “아직 아이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시기라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다”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삼성농아원에 의류 100벌 기부…“도움을 줄 수 있어 더 기쁘다”이 씨는 지난 10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삼성농아원에 의류 100벌을 기부해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농아원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작은 기부지만 필요한 곳에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물품이 전달된 삼성농아원 김영실 사무국장은 “시설의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이 씨에게 앞으로의 기부 계획을 묻자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기쁘다. 그 기쁨을 알기 때문에 계속 기부를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싶고, 회사 직원들과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area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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