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송상호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통진당 지지층과 야당으로부터 국제사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우려하고 있다는 근거로 거론된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심판 결정문 제청 요청은 단순 자료 수집 차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위 있는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는 23일 헤럴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결정문 요청은 각국의 헌재 판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의 헌재 판결을 평가할 권한(mandate)이나 의도(intention)는 없다고 밝혔다.
타트야나 미첼로바 베니스위원회 대외관계 담당관은 서면인터뷰에서 “위원회는 한국 헌재에 단지 영어 번역문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요청 배경은 위원회의 헌법 사례집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재의 결정에 대해 “최종적(final)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binding) 것”이라면서 “위원회는 한국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의도도 권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베니스위원회는 현재 전 세계 139개 법원으로부터 1만374개의 주요판결과 8383개의 판결 요약본을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관리중이다.
이는 통진당 지지층과 진보진영 일부가 정당해산심판제도를 극히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베니스위원회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검증하기 위해 결정문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온도차가 나는 대목이다.
특히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베니스위원회가 헌재 결정문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우리 민주주의 수준을 국제사회가 검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베니스위원회의 결정문 요청을 계기로 민간 차원에서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려는 움직임도 진행중이다.
한편 정식 명칭이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인 베니스위원회는 1990년 동유럽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유럽연합 47개국이 주죽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정당 해산 의견을 밝힌 강일원 재판관이 베니스위원회 산하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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