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기업 서류·필기 전형 몰려 매진해야”
사기업·공기업 채용 인원 감소세
전경련 설문조사
국내 500대 기업 하반기 대학 졸업자 신규 채용 계획
채용 계획 없거나 계획 미정 64.6%…전년比 2.6%↑
공공기관 올해 채용 인원, 2만2000명…역대 최저
가족들 눈치에 추석 기피하는 분위기도
에듀윌, 추석 연휴 가족이나 친척을 피해 공부하려는 장소 ‘스터디카페 50.6%’
[헤럴드경제=김영철·안효정 기자] “연휴 기간부터 직후까지 기업 서류 전형과 필기 전형들이 몰려있어요. 준비하기에도 벅찬데, (추석에) 친척들을 마주하기도 부담이 돼 공부에 매진하려합니다”
취업준비생 안지원(23) 씨에게 추석 연휴는 그저 여느 때와 다른 취업 준비 기간이다. 추석 연휴 동안 마감해야할 서류 전형이 4개나 있어서다. 이에 더해 연휴 이후 마감 기한이 잡힌 서류 전형도 4개나 있다. 그 결과 명절이라는 의미와는 무색하게 여유를 가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안씨는 “연휴를 남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있어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 나 역시 남들처럼 놀러다니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도 잘 안되면 어떡하지, 이번에도 떨어지면 안 되는데’ 등의 불안한 생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6일간 장기간의 추석 연휴가 예정됐음에도 취업준비생들에게 추석은 ‘남의 이야기’가 됐다. 서류와 필기 전형 등 연휴 이후 예정된 취업 전형들을 준비해야해서다. 이 와중에 가족과 친척을 한 자리에서 마주하는 것이 부담이 돼 자리를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사기업에서 AI직군을 희망하는 이현구(28) 씨도 명절을 보내지 않는 취업준비생에 해당한다. 이씨가 지원하는 직군의 경우 다음달 초에 데이터 과제 분석 시험이 예정돼 있어, 잠시라도 휴식의 취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추석에도 채용 전형에 매진하는 배경에는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채용 인원이 공통적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이달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학 졸업자 신규 채용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64.6%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에 비해 2.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씨는 “사실 이번 연휴 기간이 며칠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취업 준비에 열중해 최대한 빨리 입사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 소속을 종종 접하고 있어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각 기업별로 채용 과정이 상이하기에 기술 면접부터 코딩 테스트, 직무 관련 과제 테스트 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 역시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2023년 공공기관 신규 채용 목표를 2만2000명+α수준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년별로 신규 채용 인원을 봤을 때 ▷2019년 4만1322명 ▷2020년 3만736명 ▷2021년 2만7053명, ▷2022년 2만5542명 ▷2023년 2만2000여명으로 매년 하락세다. 4년 사이 채용 인원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오승협(29) 씨도 올 추석에는 근처 스터디카페를 알아보는 중이다. 지난 23일 한국가스공사 등 4군데의 공기업에서 필기전형을 치룬 탓에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최근 국가철도공단 등 채용 공고 3군데나 올라와서 다음 달 말부터 11월초까지 필기시험들을 앞두고 있어서다. 오씨는 “잠시라도 쉬면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진다”며 “불합격 통보를 접할수록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서 취업 준비를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황을 물어보는 친인척들에게 부담을 느껴 추석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날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20~40대 성인남녀 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열공족의 학습 계획’ 설문 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가족이나 친척을 피해 공부하려는 장소는 어디냐는 설문에는 50.6%가 스터디카페라고 응답했다. 스터디가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응답이 나온 장소는 독서실(27.7%), 무인 카페와 편의점(7.2%) 등이다.
사기업 전략기획과 사업개발 부서로 취업을 준비 중인 손모(24) 씨도 “평소에 가족과 취업 고민을 잘 털어놓는 편이었지만, 취업 준비를 거듭할수록 점차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며 “수십 곳의 기업에 지원하면 그만큼 많은 탈락 발표를 마주하게 될텐데, 매번 실패할 때마다 일일이 공유하기도 싫어서 자꾸 함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부모님께)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게 되고, 근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만남이나 모임 자체를 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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