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임박하자 민주당 내 ‘현실론’ 부상
“정치는 이상 아닌 현실…병립형 고려”
“병립형 회귀는 국민의힘과의 정치야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총선이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현실적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역사적 후퇴”라는 반발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어 선거제 개편을 둔 민주당 인사들 간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53명의 연동형 비례제를 전제로 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요구와, 현행 제도 유지 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지 못해 원내 제1당을 내줘야 한다는 당내 ‘현실론’이 맞서면서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안이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안이지만, ‘위성정당 꼼수’ 논란으로 그 의미가 퇴색 된 바 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선 준연동형 유지가 “이상적인 방안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준연동형을 고집하는 것보다 병립형으로 회귀를 택하는 것이 의석수 경쟁에서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준연동형으로 가면 적게는 20석에서 많게는 35석까지 국민의힘에 의석을 뺏기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없으니 원내 제1당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며 “국회는 여당이 아니라 다수당이 1당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의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단독 180석을 가지고 뭘 했느냐’는 의구심을 제거하려면 우리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다’, ‘단독 180석 하기 위해서 위성정당 만들었던 것은 우리의 탈선이었고, 우리는 바뀌었다’ 이 선언을 해주는 것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단일 구도로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의원총회에서 있었던 선거제 관련 논의를 언급하며 “과거의 선거법으로 퇴행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한두 명 정도가 현실론을 이야기를 하면서 (정개특위에) 위임을 하자는 의견을 말했고, 절대 다수는 ‘(병립형) 회귀는 안 된다’는 명확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선거제 퇴행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정신, 민주당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만일 우리 당이 국민의힘 핑계대고 병립형에 합의한다면 그것은 정치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대 대선 직전, 선거운동을 일시 중지하고 2022년 2월 27일 밤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원 ‘선거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도 있다”라며 “이재명 지도부가 그 수많은 약속을 어기고 선거법 야합에 나선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민주당의 뜻있는 의원들과 힘을 합쳐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준연동형과 병립형 중 어떤 방안도 논의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본지에 “선거제는 민주당의 입장 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뚜렷한 입장을 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제 개편과 위성정당 방지에 관련해서는 29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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