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집단소송이 화제이다. 내년 홍콩 H지수 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은행 측이 고난도·고위험상품인 홍콩 H지수 ELS의 변동성 등에 대해 명확한 고지를 하지 않는 등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파두가 상장 후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뻥튀기 상장’ 등 비판이 제기됐고, 현재 한 법무법인은 파두 법인과 IPO 주관사인 증권사들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주주들을 모집 중이다. 파두가 상장 추진 당시 부진한 실적을 알았음에도 고의로 숨기고 상장을 강행했으므로, 거짓의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따라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진행하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소액, 다수의 피해자 전부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부의 피해자가 전체 손해에 관하여 일괄하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 그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소액, 다수의 피해자 모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이다. 우리는 2005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시행하여 증권 분야에 한정하여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였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활성화되면, 소액주주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준법경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대법원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제기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10건이 조금 넘는다. 1년에 1건이 안 되는 수치이니 집단소송의 실효성에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개선을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집단소송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소송허가 결정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법원에 소송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이 소송허가 또는 불허가 결정을 내리는데 만약 당사자가 이에 대해 불복하면 다시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일례로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 제기한 분식회계로 인한 증권집단 소송에 대한 소송허가 결정은 8년이 경과한 2023년에야 확정되었다. 소송허가만도 8년이라는 장시간이 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소송을 시작하여야 하니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소요되면 집단소송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 당사자가 1심의 소송허가 결정에 대하여 불복하여도 일단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법원도 신속히 증권관련 집단소송 사건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민사소송의 원칙과 다른 집단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
집단소송 관여 변호사들에 대한 소송대리 제한요건도 완화하여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을 많이 대리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미국 등과 같이 소비자, 환경, 인권 분야 등에도 집단소송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때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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