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동맹국’, ‘전략적 협력’, ‘새로운 관계’, ‘안정적 발전’.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미ㆍ중ㆍ일ㆍ러 4개국에 대한 외교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기싸움 속에서 미국과는 동맹국, 중국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일본은 경색국면을 전환할 계기를 모색한다.

또 서방 제재에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와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신년 외교전략이 담겨 있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강조=박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내ㆍ외신 기자회견에서 주변국 외교 관계와 관련, 미국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겠다”고 밝히고서 뒤를 이어 “한ㆍ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는 동맹 관계,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조한 발언이다.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미ㆍ중 간 대결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역시 미국과 중국 간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2015 국제정세전망에서 “증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서서히 외교적 선택의 압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미ㆍ중 양국은 경쟁하면서도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하기보단 실질적인 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 각각 동맹국,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조한 것 역시 미국과는 정치ㆍ군사적, 중국과는 경제ㆍ산업적 관계를 한층 부각시킨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는 정치적으로,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외교를 풀어내 양국의 이해 관계를 모두 고려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과는 새로운 관계 모색=4개국 중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가는 일본이다. 올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간 외교에 관심이 높다. 박 대통령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선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후 질의응답에서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자 “정상회담을 하려면 진전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 과거에 보면 정상회담을 해서 오히려 관계가 후퇴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건을 잘 만들어서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등 현재 양국 간 걸려 있는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실상 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 측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와 관련, “연세가 상당히 높으신데 조기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영구미제로 남게 된다”며 “한일 관계뿐 아니라 일본에도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시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것(위안부 할머니 문제)이 풀리지 않으면 (양국 관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협의를 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는 안정적 발전 강조=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국의 제재 조치로 경제난을 겪는 러시아와는 ‘안정적 발전’ 관계를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북한 등으로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미ㆍ러 관계 악화 여파로 자칫 한국과의 외교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경제 분야나 외교 안보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대 러시아 관계에서 ‘안정적 발전’을 중시하는 것도 이 같은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대 러시아 외교와 관련,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러시아나 미국 양국 모두 적당히 불만도 만족도 느끼게 됐다. 어느 한 편에 쏠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러시아 외교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