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 “구조개혁과 경기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새해 첫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출현장인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찾아 던진 말이다. 올해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을 전한 말로, 최 부총리는 ‘사자’라는 용어를 통해 두 과제가 그만큼 만만치 않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실제로 개혁에 방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운용하다 보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개혁이 후퇴한다. 그럼에도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위해선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

<피플&데이터>최경환, ‘두 마리 사자’ 사냥 나섰지만 첩첩산중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국내 경제가 극도로 위축됐던 작년 7월 경제사령탑을 맡은 최 부총리는 지난해 동분서주하며 경제활력의 불씨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4%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자유무역협정(FTA) 경제영토를 세계 3위로 확대하고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최 부종리는 “세월호 사태 이후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던 경제주체들 사이에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되찾았다”고 평가하면서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썩 좋지 않다. KDI는 우리 경제에 대해 ‘전반적인 경기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외 환경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일본과 유럽을 필두로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위기가 심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미 달러화로 이동하면서 자본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피플&데이터>최경환, ‘두 마리 사자’ 사냥 나섰지만 첩첩산중

이러한 해외 불안요인이 한국 경제를 덮칠 경우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이것이 경제활력 저하와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현실화시켜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무원연금 등 연금개혁과 공공부문 개혁, 노동시장과 교육개혁, 보신주의에 빠진 금융권 등 개혁과제를 지연시킬 경우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이러한 개혁을 이룰 ‘골든타임’이다.

복합적인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가 최 부총리 앞에 놓여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다. 경제난을 피부로 느끼는 서민들과 애환을 공감하면서 두 마리 사자 잡기에 나설 때 그가 추진하는 ‘초이노믹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