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하게 우거진 풀과 나무에 ‘시골의 흔한 야산이로군…’이라며 시선이 넘어가는 순간 언덕 위 동그마니 서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눈길을 끈다. 야산이 아니라 폐교다. 한때는 말끔한 잔디 위에 충효와 애국심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었을 이순신은 이젠 버려진 학교를 지키는 신세다.

이 흑백 사진은 서영주 작가의 ‘공상(空像)’ 시리즈다. 전라도 지역 폐교의 모습을 담으며 밀레니엄 이후 급격하게 대형화ㆍ집중화되고 있는 한국 현대의 삶의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익숙하게 사용했을 공간이 이젠 공터ㆍ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은 이것이 불과 20여년 전의 모습이 맞는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이순신장군상ㆍ이승복상 등 매일 마주했을 풍경들이 이젠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음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은 친밀하면서도 동시에 낯설다. 우리는 지금 ‘압축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서영주의 사진은 강남에 위치한 사진, 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개관 기념 ‘바깥-풍경’전에서 만날 수 있다. 2월 14일까지.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