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민주주의 진정한 의미 모른다” 셧다운 시위 참여 칫파스 치기어린 발언 온라인 확산속 싱하맥주 불매운동 확산
태국 반정부 세력이 13일 대규모 ‘방콕 셧다운(shut-down)’ 시위에 나선 가운데, 태국의 ‘국민 맥주’인 ‘싱하(Singha) 맥주’가 유탄을 맞고 있다. 싱하 맥주를 생산하는 태국 최대 양조 및 음료기업인 ‘분럿 그룹’의 상속녀이자,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 신인 칫파스 비롬팍디(28·사진)의 치기어린 말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말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태국 국민은 진정한 민주주의 뜻을 모른다”며 국민성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싱하 맥주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싱하 맥주 불매운동은 현재 태국의 두드러진 한 단면을 상징한다”며 “방콕 중산층 시위대와 농촌 지역 서민들간 의식 수준의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잉락 칫나왓 총리의 반대편인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내기도 칫파스 비롬팍디는 왕족인 분럿 그룹 가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다.
그러나 작년말 그가 한 인터뷰에서 “태국 국민은 민주주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다. 특히 시골지역에서 그렇다”고 말한 뒤 태국 서민층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한때 쌀생산이 주력이던 태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칫파스 비롬팍디에 대한 비난 여론과 연계된 싱하 맥주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태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북동부 지역은 탁신 전 총리 집권 기간을 비롯해 지난 수십년 동안 생활 환경과 교육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도시의 가사도우미, 건설 노동자와 택시 운전사 등의 상당수는 이 지역 출신이다.
북동부 지역 우돈타니의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팟사다폰 챈타부트르(45)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살아 시골 생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며 “우리를 촌뜨기로 여기는 사고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은 주로 소셜미디어와 입 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 분럿 그룹에서 생산하는 싱하와 레오 맥주를 바닥으로 쏟아붓는 이미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돈타니 지역에선 고객들의 항의로 싱하 맥주와 생수를 매장에서 치우는 식당도 등장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태국에선 정초에 전통적으로 음주량이 늘어나는데, 싱하맥주 소매업자들은 싱하 맥주 판매량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 친정부 세력인 소위 ‘빨간 셔츠’ 그룹은 싱하 맥주 불매운동을 정치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인들에게 반정부 시위대를 후원할 경우 다른 기업도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칫파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결코 시골사람들을 무시하고자한 게 아니다”는 글을 남겼지만 자신의 한 발언을 부인하진 않았다.
한편 이날부터 시작된 반정부 세력의 ‘방콕 셧다운(shut-down)’ 시위에 맞서 친정부 세력도 전국에서 대응시위로 응수하며 대규모 유혈 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방콕 시내 주요 정부기관, 방송국 등의 경비와 교통 통제를 위해 경찰 1만 5000 명과 비무장 군 병력 8000 명을 배치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과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조기총선 연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는 방콕 시내 주요 지점 20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교통과 정부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출신의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근절과 정치개혁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맞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은 방콕과 인접한 빠툼타니주, 논타부리주, 사뭇쁘라깐주 등 전국 50개 주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항한 친정부 시위에 나섰다.
‘셧다운 시위’로 유혈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군부 쿠데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지숙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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