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작가 英 마이클 케나와 2인전…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
풍경사진 찍을때마다 다른데… “보호받을수 없다”는 판결에 화가나 벨기에 국왕도 내 작품 컬렉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 행복
한국 풍경사진의 살아 있는 거장 배병우(65). 30년 동안 아날로그 필름을 고집하며 카메라로 한국화의 정서를 담아 온 ‘소나무 작가’ 배병우를 파주 헤이리 작업실에서 만나기 전까지 그에 대한 선입견은 ‘과묵하고 불친절한 작가’였다.
일면식도 없던 기자에게 그가 건넨 첫마디는 “와인?”이었다. “소주 맥주는 다 엉터리 술”이라고 말하는 와인 애호가 배병우는 시작부터 취하게 만들었다. 와인에, 헤이리 겨울 풍경에, 그리고 인간 배병우에게.
배병우 작가가 ‘솔섬’ 작가인 영국의 마이클 케나와 2인전을 갖는다. 전시는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다.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라기보다 최근 솔섬 패소 판결을 놓고 예술계 저작권 보호의 취약성을 한국 사진계의 어른으로서 좌시하고 있을수만은 없었던, 그랬기에 일종의 ‘행동’을 보여주려는 전시다. 전시 타이틀은 ‘흔해 빠진 풍경사진’전. 멈추어진 풍경을 너도 나도 찍으면 다 똑같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무식함’에 반발한 반어법이다.
▶솔섬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풍경 사진은 보호할 수 없다는 그 판결문, 쓱 보고는 읽지도 않았다. 판사의 저 ‘잔소리’는 판결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납득할 수 없는 논리 전개에 불과한 거였다. (동행한 사진 기자에게) 내가 가서 찍은 사진, 다시 가서 똑같이 찍으려고 하면 찍어지더나? 절대 안 된다. 하물며 수십년 동안 눈여겨 보지도 않았던 솔섬이라는 곳을 (케나가 찍고 나니까) 똑같은 프레임으로 찍었다는 것은 대놓고 따라한 거나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TV 광고에서 솔섬과 유사한 사진을 내보낸 것을 두고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최근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최근 작업은.
-3월 20일에는 광주시립미술관, 9월 26일엔 샹보르(Chambord)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5월쯤 밀라노에서 그룹전도 있다. 샹보르는 프랑스 루아르강 남쪽에 있는 그 지역 최고
규모 성(城)인데 최근 작업을 마치고 왔다. 프랑스 성 사진 같지 않다고? 그게 그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그들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시각과 스타일로 사진이 나올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선택한거다. 솔섬도 그렇지만, 사진은 찍는 사람마다 다르고 찍을 때마다 다르다.
▶배병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미국 팝가수 엘튼 존이 사진을 구매한 뒤 유명세를 탔다.
-차라리 다른 컬렉터 얘기를 하자. ‘트랜스포머’ 감독 마이클 베이와 벨기에 국왕이 최근 내 사진을 컬렉션했다고 한다. 내가 소속작가로 있는 벨기에 갤러리가 판매했다. 벨기에의 악셀 페어보르트(Axel Vervoordt)라는 세계적인 컬렉터가 만든 갤러리다. 성주(城主)이기도 하고. 나하고는 친한 친구 사이다.
▶왜 계속 소나무를 찍나.
-고객들이 자꾸 찾으니까. (특정 스타일이) 심볼화하면 장ㆍ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로선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름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들 소나무가 보고 싶대. 별 수 있나. 팔아서 먹고 살아야지.
▶제주의 바다와 돌을 찍은 적도 있다.
-소나무도 그렇고 돌도 그렇고 만남과 ‘어우러짐’이 시적이고 회화적이다. 소나무는 우리 나라의 상징을 찾아 나온 답이었고, 바닷가는 내 생활이었다. (배병우는 전라도 여수에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냈다)
▶배병우의 사진은 수묵화 같다.
-내가 그걸로 남을 현혹시켜 돈을 버는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을 때 그랬다더라. 쓸데없는 작품을 만들어서 신과 인간들을 모독했다며 미안하다고. 나도 그런 셈이다. 발품 좀 팔아 열심히 찍고 다행히 그런 나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설득이 되고 해서 밥을 먹고 사는 거지. 내가 나무꾼이다. 나무 팔아 장사하는 사람. 그런데 나무를 베지 않는 나무장사다.
▶배병우는 행복하겠다.
-나도 나이 오십 전까지는 빚으로 살았다. 그런데 나는 평생 동안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니까 럭키(Lucky)한 거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배병우 작가는 그의 작업들을 아카이브하기 위해 최근 작업실 한 켠을 새롭게 단장했다. 사랑방 같은 작업실과 아카이브실을 이어주는 좁은 복도에 족히 백개는 넘는 네잎클로버를 모아 만든 액자가 눈에 띄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자친구와 두어시간만에 찾은 것이란다. 그는 네잎클로버 찾기의 달인이다. 어떻게 이렇게 네잎클로버를 쉽게 찾는가를 물으니 “집중하면 보인다”고 했다. 새벽, 소나무를 대할 때 작가의 자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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