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북한이 대중 외교 및 경제협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 ‘친중파’ 장성택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즉시 집행하면서 북한의 친중파 ‘숙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 정권의 친중파 숙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0년 말 연안파 핵심인사인 무정이 제거당하면서 시작된 친중파 숙청의 역사는 이후 몇차례 반복됐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김씨 왕조’의 유일지배체제 기틀이 마련됐다.
1930~40년대 중국 공산당의 본거지인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을 거점으로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중국혁명 및 항일투쟁에 참가했던 ‘연안파‘는 중국에서 화북조선독립동맹과 조선의용군을 만들어 활동한 세력들을 말한다.
연안파는 북한 정권이 성립된 후 귀국했으나 김일성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 대부분 숙청됐다.
연안파 가운데 가장 먼저 숙청된 인물은 ‘중국 포병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정이다.
함북 경성 출신인 무정은 서울에서 중앙고등보통학교에 다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와 톈진(天津)에 있는 바오딩(保定)군관학교 포병과를 졸업했다. 그는 잠시 산시(山西)성 군벌인 옌시산(閻錫山) 부대에 들어갔다가 홍군에 합류했다.
그는 대장정에 참가했고 1938년 팔로군이 처음으로 포병부대를 만들자 초대 포병단장을 맡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인민군 제2군단장으로 참전했다. 중국 팔로군의 포병 창건자이자 마오와 더불어 대장정에 참가했던 마오는 당시 김일성보다 위상이 높았다.
직설적 성격인 무정은 술을 마시면 김일성 욕을 자주 했다. 9월 인민군 후퇴 때 수도(평양)방위사령관이 되어 평양 사수의 책임을 맡았으나 실패했다.
무정은 그해 12월 압록강변 강계시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회의에서 불법살인, 명령불복종 등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될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사실은 패전 책임을 그에게 뒤집어씌어 내부 위기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그뒤 무정은 평양 모란봉 지하극장 건설 감독을 하다가 팔로군 출신 옛 중국 전우들이 구해주어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폐인이나 다름없었고 얼마 뒤 병사했다.
무정의 숙청으로 연안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연안파는 1956년 ’8월 종파사건‘이 터지자 사실상 뿌리가 뽑혔다.
1956년 당시 김일성 내각 수상이 원조를 구하기 위해 동유럽 순방에 나선 틈을 노려 연안파는 소련파 세력들과 함께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김일성 세력에게 되레 반격을 당했다. 급히 귀국한 김 주석은 이들을 종파분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숙청을 단했다.
이 사건으로 부수상이던 최창익을 비롯해 김두봉, 윤공흠, 서휘 등 연안파 인사는 물론 부수상이던 소련파의 박창옥도 숙청됐다. 최창익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중국의 반대로 이를 모면했지만 수감 중에 사망했다.
윤공흠과 서휘 등은 중국으로 망명한 뒤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두봉은 고령을 이유로 사형은 모면했지만 지방협동농장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하다가 61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연안파와 소련파 인사 200여명이 숙청됐다.
이어 1958년엔 ‘중국파’ 김원봉이 숙청됐다. 김두봉의 조카사위인 김원봉은 국내에서 의열단을 결성했던 인물이다. 중국으로 건너와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의용군을 조직했다.
광복군 부사령관을 거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낸 그는 광복 후 귀국했다가 1948년 남북협상 때 월북했다. 1957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올랐으나 연안파와 연류되면서 1958년 11월 숙청당했다.
그러나 이 시기 중국의 마오쩌둥 정권은 소련과의 외교균형을 고려하고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켜 김일성 정권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북지원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했다. 이런 분위기로 당시 관련인사들은 중국과 소련으로 망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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