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은 방송가에 없어선 안 될 전천후 예능인이지만, 방송세계에 몸을 담기 전 정형돈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삼성전자에 근무했던 사실을 밝히긴 했지만, 당시의 에피소드는 물론 직장인으로 살았던 시절의 영상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태어나 한 번씩은 해본다’는 족구 를 여덟번째 종목으로 결정하며 정형돈의 전 직장 삼선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았다.
정형돈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반도체 근로자로 6년 6개월을 근무했다.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이 곳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를 다시 만나는 정형돈은 남다른 감회에 젖어든 듯했다.
이날의 ‘예체능’은 정형돈을 위한 시간이었다. 첫 대결 상대가 28년 전통의 삼성전자 족구 동호회 ‘더 블루’라는 이야기를 제작진에게 전해듣고서 정형돈은 특유의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험난한 연예계 생활 이전, 또한 가장 순수했을지 모를 오래전으로 시계를 돌리자 정형돈의 희귀영상과 사진도 이날 대방출됐다.
제작진은 정형돈의 전 직장을 찾아 당시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을 만나 ‘반갑다 동료야’를 진행했다. 과거 같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인기 코너 ‘반갑다 친구야’를 패러디해, 정형돈 가면을 쓴 선배들의 이름을 맞추는 시간이었다.
정형돈과의 추억을 쏟아내는 15년 전 동료들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이었다. “정형돈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선배의 말에 그는 “야한 잡지를 많이 받았다”고 받아치는가 하면, “많이 지저분한 직원이었다. 양말을 바로 신고, 바꿔 신고, 뒤집어 신어서 3일을 신더라”는 과거가 폭로되자 정형돈은 “그 당시는 국제시장이었다”며 말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형돈은 당시 인연을 맺은 직장선배들의 이름을 꼼꼼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가면을 벗을 때마다 반갑게 포옹으로 인사하며 “괜히 울컥한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한 마디를 던졌지만, 정형돈에겐 특별한 시간임이 분명해보였다.
정형돈의 에피소드 가운데 시청자를 놀라게 할 만한 것도 있었다.사내 철쭉 가요제에 출전해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불러 대상을 차지했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 에피소드는 MBC ‘무한도전’ 가요제 당시에도 정형돈이 언급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적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답게 사내자료실에서 정형돈과 관련한 희귀자료를 보관 중이었다. 날렵한 턱선에 5대5 가르마, 55kg밖에 나가지 않는 풋풋한 20대의 정형돈은 ‘꽃미남 미모’를 자랑하며 멜빵바지를 입은 채 엉거주춤한 액션을 더하며 철쭉가요제에서 조용필을 열창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살아움직이는 정형돈의 20대 모습은 소년같은 순수함이 묻어있어 시청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겼고, 정형돈은 “창피하다”를 연발하면서도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온라인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생중계되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돌입하다 보니 더이상 연예인들을 향한 ‘신상정보’는 없어 보였다. 스타인 이들은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리얼리티’를 강화한 관찰예능 안으로 들어와 우리도 똑같은 일상을 사는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자기검열’에 능한 연예인들은 관찰예능 안에서조차 공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생황을 보여줬다. 때로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의 옷을 입고 이게 ‘진짜’라고 강조한다는 인상도 짙었다.
정형돈은 이날 “가식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보고싶은 분들이었다. 퇴사할 때까지 제겐 좋은 추억만 있었던 곳”이라고 했다. 연예인의 말 한 마디와 행동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진짜’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였을지라도 적어도 이날 방송은 연예인 정형돈이 아닌 인간 정형돈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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