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는 원숭이는 상품 포장지나 포스터의 한 조각 같다. 어딘지 익숙하고, 상업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매끈한 이미지 아래 스크래치는 순식간에 이미지를 불안하게 만든다. 곧 지워질 수도 있는 대상이다.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균열까지 더해 불안감이 증폭된다.
중세부터 쓰였던 ‘에그 템페라’와 석고가 섞인 수제 제소로 작업한 이 작품은 탄성이 부족하고 충격에 약해 균열을 일으키기 쉽다. 이은경 작가가 이토록 불안정한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도시에서 접하는 많은 이미지들이 아무런 인상도, 기억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이은경 작가의 작품은 28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삼청동 갤러리 도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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