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납시오”
갑오년 극장가에서 사극영화가 풍년이다. 새해 한국영화계의 화두도, 유행도, 흥행 최대 격전이 벌어질 장르도 사극영화가 될 전망이다.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을 비롯해 7편 이상의 사극영화가 1년 내내 줄을 잇는다. 사극으로는 역대 최고 흥행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자리를 노리는 작품들이다. 1월에 개봉하는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가 시작이다. 현빈 정재영 조정석 주연의 ‘역린’은 상반기 중으로 개봉을 잡아 놓았다. 여름엔 봇물을 이룬다. 하정우와 강동원이 만난 ‘군도: 민란의 시대’와 최민식 류승룡의 ‘명량: 회오리바람’, 손예진 김남길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맞붙을 예정이다. 강우석 감독과 설경구가 다시 만난 ‘두 포졸’이 하반기 극장가를 예약해 놓았고,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이 개봉 시기를 보고 있다. 한국영화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내년엔 모두 사극영화에 포진했다. 정조와 이순신 장군 등 역사 속 인물은 물론이고, 현상금 사냥꾼인 조선의 여검객으로부터 당대 부정한 권력을 농락하며 반기를 든 도적, 고려말 민란을 일으킨 남녀검객, 잃어버린 국새를 찾아나선 조선의 여자해적과 남자산적, 당대의 비리와 부정을 바로잡고자 나선 포졸까지 주인공들의 성별과 신분도 다양하다. 액션에서 전쟁, 코미디, 스릴러, 해양블록버스터, 정치드라마까지 장르도 갖가지다.
‘조선미녀삼총사’는 미국 TV시리즈와 할리우드영화로 잘 알려진 ‘미녀삼총사’의 조선판이라 할만하다. 빼어난 미모와 검술실력을 가진 3명의 여검객의 활약상을 그렸다.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역린’은 정조시대의 정쟁을 소재로 한 영화로 왕을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스스로 살아야만 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군도’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의 신작.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0년, 백성의 편에 서고자 했던 도적들의 활약을 그렸다. ‘명량’은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 신작으로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고 류승룡이 왜의 장수로 출연해 조선의 국운을 놓고 대결한다. ‘해적’은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 조선의 국새를 찾기 위해 대결하는 산적단과 해적단의 이야기다.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는 ‘협녀’는 고려말 최고의 여검객과 그가 키운 여제자, 천출의 신분으로 왕의 자리를 탐한 남자의 운명을 그린다. ‘두 포졸’은 강우석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투캅스’의 조선판이자 완결판이다. 임권택 감독을 제외하고는 현역 감독 중 가장 많은 연출작과 흥행작을 갖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내년의 사극 행진은 올해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영화의 역량이 총집결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최민식, 설경구로부터 전도연, 하정우, 현빈까지 사극에 첫 도전하는 톱스타들의 연기도 관전포인트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사극은 지난 역사롤 당대의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돼 왔다. 정치와 경제가 외면한 ‘민심’이 사극에 어떻게 반영될 것이며, 지금 우리 사회의 풍경이 어떻게 비유되고 풍자될까. 내년 사극의 행렬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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