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부의 분수령은 잠실의 3차전 경기였다. 우승 경험이 출중한 삼성은 막다른 골목에 섰음을 감지하고, 임전무퇴의 정신을 가다듬었다. 두산도 1,2차전의 승리의 여세를 몰아 마지막 9부 능선의 함락을 위해 화룡점정이 절실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두 팀 간의 흐름을 잡아가는 방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2패 후에도 ‘관록(貫祿)’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체력에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첩경은 정규시즌 1위라는 새로운 등식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바닥난 체력을 회복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 근력을 뒷받침해줄 요소는 단지 승리를 염원하는 투혼뿐이었다. 정신은 살아있으나, 승부처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할 냉철한 ‘여유(餘裕)’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먼 산, 능선의 뚜렷한 윤곽은 해질녘에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절실하게 원할수록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조망하는 시도가 아쉬웠다. 3차전 4회 도중에 투수 유희관의 강판은 실로 뼈아팠다. 반면 삼성은 기회를 점수로 만드는 단순 진리에 충실했다.
삼성은 프로야구 사상 첫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3연속 통합 우승의 대(大) 기록을 남기게 됐다. 두산은 패했지만 얻은 것이 오히려 많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경기를 펼쳤다. 매 경기 승부사 기질을 맘껏 발휘하며 최고는 최선이라는 진리를 입증해보였다.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을 게다. 내년을 준비할 동력도 챙겼기에 승자독식 분위기에 필요이상 함몰될 필요는 없다. 11년 만에 시리즈에 진출해 석패한 LG도, 고군분투한 넥센도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38경기 연속매진이라는 흥행과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운동장을 찾아 관전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즐거움이 더 있었다.
대통령의 시구가 있었다. 관중들에게 뜻 깊은 추억이 됐다. 박근혜대통령이 성심여고 1학년 때 부친인 박정희대통령이 고교야구 개막전에서 첫 시구를 했었다. 그 후 46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본인이 시구를 하게 됐으니 지나간 추억을 회상했으리라.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나름 아쉬움도 남았다. 경호상의 문제가 컸다. 대통령의 동선이 극히 제한적이기에 미처 홈팀인 두산감독에게 악수를 청하지 못했다. 극우로 치닫는 아베내각의 망언여파로 인해, 신발에 선명히 새겨진 태극기 문양의 신발 착용을 기대하는 관중도 있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경기보다, 국가대항전 경기에 나왔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관계자들은 다음 번 행사에 많은 참고자료를 얻어 간 셈이 됐다.
지엽적인 사실보다 대통령이 직접 스포츠 현장에 나와 국민들의 정서와 여가 문화에 대해 체험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관중들의 솔직한 감정표현과 이런저런 요구사항에 대해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소통의 지혜는 분명 현장에 있기 마련이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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