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명품’ 사이 거장의 스릴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카운슬러’
“명심하십시요. 다이아몬드를 볼 때는 장점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오직 결함을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죠. …다이아몬드는 그것에 깃든 영원불멸성의 일부가 됨으로써 죽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보석입니다.”
“진실에 온도 따위는 없어.”
“여자들이 왜 자네를 좋아하는지 아나? 여자들은 도덕적 딜레마와 역설의 냄새를 맡지.”
“탐욕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지만, 공포는 그렇지 않지.”
화려한 말의 성찬이다. 요즘 유행하는 냉소적인 말로 하면 ‘허세 작렬’이다.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코맥 맥카시의 시나리오에선 마약 밀매상이 괴테와 플라톤을 들먹이며 훈계조의 철학을 늘어놓고, 변호사와 만나 영화 ‘보디 히트’의 대사로 대화를 한다. 타락한 사업가, 범죄에 연루된 변호사, 수수께끼의 치명적 미녀가 모두 ‘잠언’같은 ‘명문’을 쏟아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 ‘핏빛 자오선’ 등의 소설로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코맥 맥카시가 처음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품이 바로 ‘카운슬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면서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캐스팅과 현란한 영상을 구현, 눈부신 문장들을 ‘시각화’했다.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캐머런 디아즈, 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브래드 피트까지 ‘드림팀’ 수준의 출연진이 영화 내내 아르마니, 베르사체, 루부탱의 의상을 쉴새 없이 갈아입고, 벤틀리와 포르셰, 캐딜락 등 최고급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카운슬러’는 모든 이름이 ‘명품’과 거장으로 채워진 ‘럭셔리 스릴러’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과연 브랜드의 명성이 이 작품의 가치까지 보증하는 것일까?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 분)라 불리는 젊고 유능한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아름다운 약혼녀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분)에게 빠져 있다. 프로포즈를 위해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산 ‘카운슬러’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만 재정적인 위기에 몰려있다. 그는 “단 한번뿐”이라 다짐하며 타락한 사업가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 분)와 함께 2000만달러 상당의 마약 밀거래에 뛰어든다. 여기에는 라이너의 연인인 수수께끼의 여인 ‘말키나’(캐머런 디아즈 분)와 노회한 마약 밀매 중개상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 분)도 발을 담그고 있다. 그런데 마약 밀거래 도중 한 말단 조직원이 살해당하고 ‘물건’이 깜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키를 쥐고 죽은 조직원이 하필이면 카운슬러가 국선변호를 담당했던 죄수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카운슬러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범행에 가담한 범죄조직의 ‘표적’이 된다.
영화는 보통의 스릴러물처럼 범행의 과정 자체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카운슬러가 자신의 의도나 행위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음모에 빠져 약혼녀와 함께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집중한다. 카운슬러에게 탐욕의 대가는 돌이킬 수 없었으며, 선택의 순간부터 운명은 자신의 손아귀를 완전히 떠났고, 죽음의 신은 ‘자비’를 알지 못했다.
코맥 맥카시의 대사는 때론 비장하게 때론 냉소적으로 때론 우스꽝스럽게 삶에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빚어낸 비극’을 말하지만, ‘문장’의 무게에 눌린 영화는 종종 공허하고 허망한 자기 과시에 그친다. 듣고 보는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와 오락성은 부족하다. 결국 ‘허세’과 ‘명품’ 사이에서 길을 잃은 거장의 ‘사치’가 되고 말았다고나 할까.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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