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서울에서 6개월째 자취생활을 하는 박혜신(28ㆍ여ㆍ가명) 씨는 지난달 30일 “원룸 주인인데 내일 소방점검이 있으니 외출할 경우 방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예전과 달리 모르는 번호로 문자를 요구하는 게 꺼림칙했던 박 씨는 ‘전화가 오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고 얼마 후 박 씨는 주인으로부터 “소방검침 얘기도 없었고 그런 문자를 보낸 적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면 빈집이 털렸을 거라는 아찔한 생각부터 들었다”며 “무심코 버린 택배 운송장 때문에 연락처와 혼자 산다는 사실 등이 노출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이후 택배 운송장을 가위로 잘게 쪼개서 버리는 습관을 갖게 됐고 혼자 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택배 운송장을 은행 파쇄기에 넣어 처리하는 홀로족(族)들이 늘고 있다. 택배 운송장에는 주소ㆍ이름ㆍ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적혀 있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생활하는 이현지(32ㆍ여) 씨 역시 “택배 운송장은 일반 쓰레기 봉지에 버리면 비치기 때문에 갈기갈기 찢거나 매직으로 일일이 다 칠해서 버린다”고 했고 정성구(30) 씨도 “운송장이 생기면 회사로 가져와 문서 파쇄기에 버리거나 집 근처 은행 ATM 코너 파쇄기에 버린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 운송장으로 획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대포폰을 이용해 빈집에 침입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서울시건축사회가 20~50세 여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2.6%가 ‘범죄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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