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홍성후 교수

“노랗던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고 환하게 웃는 환자를 보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비뇨기과는 의술의 최첨단을 선도하는 과이다.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과 3대 암 발생률은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남성 10대 암 중 5위인 전립선암 환자는 6배나 증가했고 방광암 환자는 1.5배, 신장암 환자는 2.6배가 늘었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홍성후(43) 교수는 그 어렵다는 복강경수술에서 ‘타고난 손재주’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기존의 수술방법에 접목시키는 창의성과 환자에 대한 친절함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홍 교수의 주 진료분야는 비뇨기종양이다. 비뇨기과는 의사들의 창의성과 임상경험을 통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해주는 매력을 지닌 분야로, 홍 교수가 비뇨기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인턴 때 수술보조를 하는데 교수님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방법을 써서 기존의 방법으로는 죽을 수도 있던 환자를 살려내시는 것을 보고 의술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웠죠.”

비뇨기암에서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하는 ‘최소침습수술’은 이제 국내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술방법이 워낙 까다롭고 힘들어서 대다수 의사들이 포기하고 로봇수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국내 비뇨기 복강경수술의 선구자인 서울성모병원 황태곤 교수에게 복강경수술기법을 전수받은 홍 교수는 지금까지 복강경수술이 신장암 200여건, 전립선암 500여건에 달할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복강경수술을 하고 있다.

홍 교수는 신장암에 특히 관심이 많다. 신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가 잘 듣지 않아 수술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까다로운 암이다.

“신장암 부분절제술은 비뇨기과 의사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어려워해요. 신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고 암덩어리를 잘라낸 다음 봉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넘으면 신장기능이 확 나빠지기 때문이죠. ‘초(秒)를 다투면서 하는 수술’인데 우리끼리 ‘시한폭탄을 안고 수술한다’고 얘기할 정도죠.”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술을 끝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의사들을 상대로 돼지를 이용해 복강경수술을 교육시킬 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환자에게 적용시킨 결과 15~2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죠.”

기존의 방법은 복강경수술기구를 이용해 암덩어리를 잘라낸 뒤 한 바늘씩 꿰매고 3번 매듭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홍 교수가 고안한 방법은 30㎝ 정도의 긴 실로 한꺼번에 쭉 꿰맨 상태에서 차례차례 실을 하나씩 잡아당겨서 꿰매고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이른바 ‘클립을 이용한 연속봉합술’로 불리는 방법이다. 기존보다 7~8분의 시간을 줄였고 클립을 끼워 실밥이 한꺼번에 풀릴 위험성을 줄인 획기적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방법은 숙련된 기술의 로봇수술로 한 것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른 시간이다.

신장암은 고난이도 수술이라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한 신장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편지를 보냈어요. 노랗게 보이던 하늘이 이제야 파랗게 보인다고. 너무 기뻤죠. 레지던트 1년차 때 처음 본 환자가 대수술 후에 항암치료까지 하다가 결국 전신에 암이 전이되어 호스피스병동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임종 직전에 환자가 저를 찾아 제가 환자가족들과 임종을 같이 지켜보았어요. 환자나 환자가족의 고통을 같이 나누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숙명인 것 같아요.”

홍 교수는 병원에서는 만점짜리 의사이지만 가정에서는 그리 후한 점수를 못 받았다.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날이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병원일로 바쁘게 살던 때, 4살 된 딸이 그린 가족그림 속에 아빠의 모습이 너무 작게 그려져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은 11살이 돼서 아빠의 일과 마음을 이해해줘 고마울 따름이죠. 39개월 된 늦둥이 아들한테는 아빠 모습이 크게 그려지도록 가정에서도 노력 중입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