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원유국 美와 관계개선 사우디는 “맹수 풀려났다” 울분

이란이 서방과 10년간 끌어온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의 세력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 때문에 고립됐던 이란이 경제난을 타개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통 강호를 제치고 새로운 맹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중동의 세력 저울이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이란, 34년 美 대치 해소=지난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34년간 미국과 대치해온 이란은 이번 협상으로 고립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란은 핵 개발을 중단ㆍ축소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가 완화돼 실업난과 물가 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협상 이행 실적에 따라 석유 수출 금지 같은 핵심 제재도 풀 수 있어 국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2011년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 규모가 2위로 석유를 수출할 경우 ‘오일 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계 외교가에서는 이란 핵사태가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34년이나 계속돼 기간 면에서 이번 협상 타결을 미국과 옛 소련 진영의 냉전 종식과 맞먹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ㆍ이스라엘, 비상=소수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이 미국과 협상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수 수니파 강호들은 시름이 깊어졌다. 이스라엘 등 이란의 적수들은 ‘맹수가 우리에서 풀려났다’면서 울분을 내비친다.자신들을 후원했던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지면 이란 견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란이 얻게 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시아파 세력을 늘릴 우려도 있다.

사우디의 정치 평론가인 자말 카쇼기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번 협상 타결을 중동에서 마음껏 행동해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이란의 적수인 이스라엘은 이번 협상이 ‘역사적 실수’라며 비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급부상을 우려한 사우디 등 걸프국과 이스라엘이 대(對) 이란 안보 협력체를 만들어 세력 균형을 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