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늘 호연을 펼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 임형준. 아무래도 ‘가문의 영광’ 속 막내아들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임형준은 누구보다도 자신만의 연기관이 뚜렷했고, 관객들에게 진심이 느껴지길 원했다.
그는 최근 흥행한 영화 ‘공범’에서 생애 처음으로 악랄하디 악랄한 악역으로 분했다. 순만(김갑수 분)의 목을 죄여오는 준영으로 분해 비열하면서도 한 없이 가여운 캐릭터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임형준은 솔직했다. ‘공범’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제작자인 박진표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배우들이 말하는 “이미지 변신을 원했다”고 뻔한 멘트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박진표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어서 ‘내 사랑 내 곁에’ 촬영장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인연이 생겼죠. 그 때 국동석 감독님이 조감독이었고요. 다음에 준비하는 작품으로 같이 하자고 얘기를 했었죠. 어느 누구도 제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너무 감사했어요. 상업영화는 대부분 그동안 쌓인 이미지를 쓰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 그리고 감정들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죠. 개인적으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준영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취해 별 까닭도 없이 순만과 다은을 괴롭히며 모진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임형준은 “원래 감독님이 욕을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15세 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욕을 쓰지 않았죠. 감독님이 욕을 자제해 달라고 한 게 그 정도에요.(웃음) 특히 준영 같은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건달도 아니고, 지질한 사람이거든요. 처음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악역이라 해서 광장히 악한 인물로 상상했죠. 솔직히 배우 입장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그렇지만 준영은 그렇게 표현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이)종혁이가 영화를 보고 나서 ‘너 되게 착한 애더라?’라고 말해서 웃음이 나왔죠.”
어느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 법일 터. 하지만 그 아쉬움도 좋은 배우들과 함꼐 촬영하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손예진 씨나 김갑수 선배님 모두 너무 좋은 배우들이었죠. 그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어요. 사실 여배우들과 많이 작업을 안 해봤는데 손예진 씨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더라고요. 극 중 서로 대립하는 관계인지라 촬영장에서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지만 굉장히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팬이에요.(웃음) 예진 씨는 굉장히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털털하고, 촬영 현장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요.”
임형준은 김갑수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형이라고 불러야 할지 선생님이라고 물러야 할지 굉장히 애매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김갑수 선배님은 젊게 사세요. 옷을 젊게 입는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성격 자체가 열려 있는 분인 것 같더라고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잘 알고 계신 것 같았어요. 술 잘 사주고 그런다고 좋은 선배는 아니잖아요. 굉장히 힘이 되는, 진심이 느껴지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어느 덧 불혹에 접어든 임형준은 아직도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 마흔이 되니, 그 나이에 해야 하는 캐릭터들을 많이 못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연기 생활을 얼마나 할 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았어요. 코미디나 정극, 그런 장르를 떠나서 작품에 대한 갈증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예전에는 배우니까 작품이 오면 했지만, 지금은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임형준은 공연, 드라마, 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국한된 장르나 연기가 아닌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픈 그의 바람이 묻어났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캐스팅에서 제외하는 감독님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죠. 제가 ‘아드레날린’에 출연한 것도 사실 뭐든 즐겁게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제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공연도 너무 좋고요. 아무래도 제가 데뷔를 공연으로 해서 그런지 뭔가 무대에 설 때면 속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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