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형석 기자]연예계의 빛과 어둠이 한국영화의 젊은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스캔들, 성접대, 끼워팔기 등 연예계의 이면과 톱스타를 향한 욕망을 다룬 한국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공개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정우 감독의 ‘롤러코스터’와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 그리고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다. 공교롭게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나란히 초청을 받았고, 개봉시기도 이달 중하순으로 겹친다. 사상 최고의 부흥기를 맞은 한국영화 스타시스템의 ‘자기반영적 서사’, 즉 한국영화가 스스로 전하는 한국영화 연예계의 스타시스템의 명암이라는 테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높은 관심 속에 부산에서 첫 공개된 ‘롤러코스터’는 이 중 가장 가벼운 터치로 톱스타를 둘러싼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이 영화는 이상기류에 휩싸여 착륙을 거듭 실패추락 위기에 놓인 일본발 한국행 여객기 승무원과 탑승객들의 좌충우돌을 그렸다. 음주운전에 서슴없는 조종사, 손님을 골려먹고 숨어서 욕하는 승무원, 타사 항공사 회장으로부터 연예인에 사죽을 못쓰는 중년 여성, 애정표현에 서슴없는 신혼 부부, 아이돌그룹 노래 가사를 염불로 읊는 괴짜 스님 등 기내 천태만상이 담겼다. 그리고 그 중에는 벼락처럼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 분)라는 배우가 있다. 극중 욕설 가득한 영화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까지 큰 인기를 얻은 마준규는 탑승 전 걸그룹의 멤버와의 섹스스캔들 기사가 터져 곤혹스러운 가운데 비행기에 올랐다. 사인과 사진 공세에 시달리는 스타의 심경과 태도, 막말과 구타가 일상인 매니저와의 관계, 영화 투자사 회장과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는 ‘갑-을’관계, 연예계 스타의 ‘사생활’에 이러쿵저러쿵하는 팬 등 이른바 ‘증권 찌라시’ 속 연예계 ‘가십 월드’를 보여준다.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 욕설과 속어를 거침없이 쏘아대는 랩같은 대사와 각 인물을 개성적으로 구축하는 수준급 묘사력, 연속되는 해프닝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연출역량을 ‘B급’ 감성 물씬한 코미디에 압축했다.
‘배우는 배우다’와 ‘톱스타’는 톱스타를 꿈꾸다 파국적인 상황을 맞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훨씬 더 강렬하고 비극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 원안을 쓰고 제작까지 맡은 ‘배우는 배우다’는 연극 무대를 거쳐 영화계의 ‘신 스틸러’의 조연에서 일약 스타 주연 배우로 뜬 주인공의 파멸적인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몰입’이라는 명분으로 작품 속 가상 세계와 현실 사이의 늪에 빠져든 배우의 자의식과 술접대ㆍ성상납을 통해서라도 스타가 되려는 욕망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박중훈의 첫 연출작인 ‘톱스타’는 이십년 이상 톱스타 배우로 살아온 감독의 ‘내공’과 ‘경험’, 그리고 자의식이 투영된 작품이다. 성실했던 매니저가 자신이 맡은 스타의 ‘음주운전’을 대리해서 자수하고, 이를 대가로 오랜 꿈이었던 작품 출연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계기로 매니저출신인 주인공이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며 자신이 일을 봐줬던 스타와 연적 및 라이벌 관계가 된다. 역시 끼워팔기, 스캔들 폭로전 등 연예계의 그늘이 가감없이 담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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