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상’서 송강호와 환상호흡…

‘헤드윅’ 등 화제작 거치며 뮤지컬스타로 영화 데뷔작 ‘건축학개론’으로 인기몰이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주연까지

납뜩이 보고 “바로 그다”했던 한재림 감독 “‘넘버3’에서의 송강호 같은 섬광 있었다”

‘관상’의 한재림 감독은 지난해 4월, 송강호를 주연으로 캐스팅해놓고 그와 찰떡같은 호흡을 맞출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보고 “바로 그다” 싶었다. ‘넘버 3’에서의 송강호 같은 ‘섬광’이 ‘납뜩이’의 조정석(33·사진)에게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내내 함께 등장하는 두 배우는 치고 받고 뛰고 놀며 관객을 어르고 달래고 웃기고 울린다. ‘관상’에서 송강호의 절정이 비극적인 마지막을 마주한 한 사내이자 아버지의 오열이라면, 조정석의 결정적 장면은 수양대군(이정재 분)에게 운명을 부탁하며 쏟아내는 절규다.

“뮤지컬에서 때로는 과격하고 때로는 미묘한 호흡을 교차시키며 관객과 밀고 당겼던 무대의 경험이 큰 힘이 됐어요. ‘그리스’에서의 ‘엉덩이까기의 명수’ 로저 역이나 절반 이상이 즉흥연기였던 ‘펌프보이스’ 같은 아주 강렬한 코미디도 해봤죠. 인물과 작품의 맥락에 잘 동화되면 희극이나 비극이나 재미있고 참신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선 초기. 정국은 단종 편인 김종서와 호시탐탐 조카의 왕위를 노리는 수양이 호각지세를 이루던 때. 관상쟁이 내경(송강호 분)의 처남 팽헌은 조카인 진형(이종석 분)의 막힌 벼슬길을 터주고 목숨을 살리기 위해 수양대군을 도와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한 삼촌은 조카를 살리려고 몸을 던지고, 한 삼촌은 조카를 죽여 세상을 얻으려 한다. 조정석은 송강호와 함께 영화 초반부를 희극적인 분위기로 이끌다가 점차 운명과 역사가 빚어내는 비극과 아이러니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관상’의 출연 확정 후 1년 반 동안 조정석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건축학개론’에서 잔뜩 폼잡고 주인공에게 얼토당토않은 연애 조언을 해줬던 ‘납뜩이’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드라마 ‘더 킹 투하츠’를 거쳐 ‘최고다 이순신’에선 주말 드라마의 주연까지 꿰찼다.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이제 실감 난다”고 말했다.

조정석(뮤지컬배우/탤런트)
관상’의 한재림 감독은 지난해 4월, 송강호를 주연으로 캐스팅해놓고 그와 찰떡같은 호흡을 맞출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보고 “바로 그다” 싶었다. ‘넘버 3’에서의 송강호 같은 ‘섬광’이 ‘납뜩이’의 조정석(33·사진)에게 있었다.
조정석(뮤지컬배우/탤런트) 관상’의 한재림 감독은 지난해 4월, 송강호를 주연으로 캐스팅해놓고 그와 찰떡같은 호흡을 맞출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보고 “바로 그다” 싶었다. ‘넘버 3’에서의 송강호 같은 ‘섬광’이 ‘납뜩이’의 조정석(33·사진)에게 있었다.

“‘건축학개론’ 때만 해도 거리를 다니면 ‘납뜩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더 킹 투하츠’ 때는 ‘이승기 옆에 있던 배우’라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는데, ‘최고다 이순신’ 방영 이후에는 4살배기 꼬마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조정석이네’라고 알아봐주세요.”

3남1녀 중 어머니가 마흔셋에서야 얻은 늦둥이 막내.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영화배우를 꿈꿨던 그에게 먼저 기회가 온 것은 무대였다. 2004년부터 ‘올슉업’ ‘헤드윅’ ‘스프링어웨이크닝’ 등 화제작을 거치며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영화 데뷔작 ‘건축학개론’으로 단숨에 한국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춤을 유난히 잘 추시고 좋아하셨던 선친과 여전히 날렵한 리듬감각을 보여주시는 일흔다섯 어머니의 끼를 받았다. 어머니는 주말 드라마 출연 소식을 듣고 ‘만세 삼창’을 부르셨다고 한다. 현재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조정석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드라마 출연은 어머니께 드린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선물인 것 같아 기뻤다”며 “꽤 많아진 출연료로 어머니께 용돈을 더 많이 드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얼마 전에도 메릴 스트립의 ‘철의 여인’을 다시 봤다.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영화의 목록을 신나게 읊고, 명작의 명배우들을 줄줄이 대는 조정석은 배우 이전에 영화광이기도 하다. 팬들에겐 어느 날 갑자기 “납뜩이 안 가, 납뜩이…”라며 나타난 벼락스타지만, 그의 연기와 인기엔 납득할 만한 과거와 자질, 그리고 소망이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현빈과 함께 출연하는 사극영화 ‘역린’이다. 영정조 시대의 정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냉혹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거는 킬러(살수)”라고 귀띔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