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불씨 남기지 않으려면 결정적 증거인 유전자검사 결과 제출해야

진실 앞에서 모든 의혹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임으로 ‘검란’의 조짐까지 일며 뒤숭숭했던 검찰 조직의 분위기가 청와대의 ‘진실 규명 우선’이란 지침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사퇴와 함께 혼외 자식 의혹을 잠재우려 했던 채 총장이 결국 다시 ‘진실 규명’이란 공을 떠안게 됐다.

논란의 아이가 채 총장의 혼외 자식인지를 가리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지만 채 총장이 선택 가능한 수단은 많지 않다. 이미 밝혔던 바대로 채 총장은 조만간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허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일보 혹은 논란이 되는 혼외 아들의 어머니인 임모 씨를 고소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지만 채 총장의 사직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소송이 제기된다고 해도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원은 강제적으로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인 채 총장과 조선일보가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채 총장 측이 혼외 자식 여부를 가려낼 결정적 증거인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는 한 법원도 진실을 가려낼 수단이 없는 것이다.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라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이 되는 임모 씨가 응할지는 알 수 없다. 임 씨는 지난 10일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채 총장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그에 대한 감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5일부터 구체적인 감찰 업무에 착수해 나름의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무부의 진상 조사 역시 금전관계, 통화내역 등 ‘정황 증거’에 해당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명확한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끝끝내 드러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채 총장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쪽 모두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낼는지도 모른다. 청와대의 ‘진실 규명 우선’이란 방침 역시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나치 독일에서 계몽선전부 장관을 지냈던 괴벨스는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진실 규명 앞에서, 이 논란의 ‘승리한 자’가 누구일지 주목된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