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지난주까지만 해도 2000선을 바라보던 한국 증시가 미국 비둘기에 공격(?)당했습니다. 실제 비둘기가 아니라 미국 연방은행총재이야기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연준내 비둘기파에 속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규모를 언제 처음으로 축소할지 정확히 예상할 순 없지만, 올 하반기중에는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위해서는 경제 성장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고 경기 회복 모멘텀이 조금 더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적완화 축소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매파가 아닌 양적완화를 지지해오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찰스 에반스 총재<사진>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연준 내 매파 뿐만 아니라 비둘기파까지 양적완화 축소에 동조하면서 양적완화 조기 축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은 벌써 반응을 보였습니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3.39포인트(0.60%) 떨어진 1만5518.7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6월 무역수지 적자 감소 등 경제지표가 좋게 나왔지만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하락한 것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증시도 동반하락했습니다.
지난 5월과 6월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출렁거렸던 한국증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7일 코스피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880선마저 무너지며 1878.33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일 종가 1923.38과 비교하면 50포인트 가량 차이가 납니다. 사실 지난주초에만 해도 코스피 2000선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버냉키 쇼크를 딛고, 다시 2000선시대를 여는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시 양적완화축소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한국증시는 출구전략의 공포에 휩싸이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겨우 미국 양적완화 축소 ‘트라우마’에서 좀 벗어나는가 했더니 다시 시장을 뒤흔들 메가톤큽 악재로 떠오른 것입니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7일 122만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작년 9월 6일(119만6000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전문가들조차 분기당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 주식이 왜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흔들리니 코스피또한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출구전략 가시화와 관련, 일각에서는 연준과 시장의 밀고 당기기가 시작된 것으로 출구전략 시행에 앞서 사전 경고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증시도 단기 조정에 그치고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심리가 크게 좌우합니다. 잊혀질만하면 이렇게 툭툭 튀어 나오는 악재성 발언이 한국증시에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심리를 크게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선뜻 주식투자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기업들의 양호한 실적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다는 걸 아무리 강조해도 출구전략 차원으로 미국 달러투자자금이 한국에서 빠지면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앞서 언급드린 삼성전자만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버냉키 쇼크 때 신흥국에 투자됐던 달러자금이 빠지면서 현금화하기 쉬운 한국시장, 특히 삼성전자에서 외국인 이탈이 컸습니다.
실적이 아닌 수급에 의한 장에서는 양적완화축소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너무나 큰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때문에 최근 상승세에 가담했던 개미투자자들은 또다시 상투를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주식투자하기가 너무나 힘든 시점입니다.
과거엔 어느정도 예측이라도 가능했고, 이에맞춰 나름 대책이라도 세웠지만 요즘은 예측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미국발 소식 하나하나에 한국증시가 출렁거리는 게 다소 억울(?)하긴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과욕을 버리고 냉철하게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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