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블록버스터 ‘감기’가 베일을 벗었다. 신선하고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었지만, 개연성 없는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감기’는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이다. 제작비만 100억 가까이 들어간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영화는 알 수 없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사람들의 위기 극복 과정을 담았다.

먼저 지구(장혁 분)과 인해(수애 분)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을 알린다. 구조대원 지구는 위기에 처한 의사 인해를 구해내고, 그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한다. 그러나 이들이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치사율 100%라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는 자신의 딸 미르(박민하 분)를 지키려는 인해와, 그런 인해와 달리 모든 사람들을 구해내야 하는 정신력 100%의 지구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이들을 돕는 캐릭터로 경업(유해진 분)이 있으며, 대립되는 인물로 병기(이희준 분), 국환(마동석 분)이 자리한다.

영화는 등장 인물에 대한 세세한 설명 없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난관에 빠진 한국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허술한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국환이 그리 악한 인물이 됐는지, 그리고 사람만 보면 ‘싸움닭’처럼 달려드는 병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서도 오로지 이기심을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밉상일 뿐이다.

이에 반해 지구는 너무나 착한 인물이다.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보다 사람들이 먼저인 ‘일급’ 구조대원. 최악의 재난 속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지구는 활약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인 그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CG(컴퓨터 그래픽) 효과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액션신, 빠른 호흡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다. 김성수 감독 특유의 거품을 뺀 화통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장혁은 구조대원으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수애는 절절한 모성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 악역으로 분한 마동석과 이희준의 모습 역시 신선하다.

영화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다소 인위적이기도 하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볼거리를 동시에 선사하려는 김성수 감독의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평소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무난히 즐길 수 있다. 오는 14일 개봉. 러닝타임 121분.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