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상수기자] 현대자동차가 2016년까지 1회 충전으로 2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아반떼급 전기차를 출시한다. 대표 얼굴격인 아반떼에서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대차의 첫 전기차 출사표가 될 전망이다. 경쟁업체보다 한발 늦게 모델을 선보이는 만큼 주행거리나 가속성능, 충전시간 등에 있어서 기존 전기차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를 비롯, 수소연료차, 친환경 폐차 시스템 등 각종 친환경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차의 전략이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 준중형급 전기차 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 중인 현대차는 준중형급 전기차 핵심 부품 개발 등을 위해 내년까지 총 840억원을 투자하고, 2016년께 준중형급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2010년 국내 첫 고속 주행 전기차인 블루온을 선보인 바 있다. 유럽 전략차종인 i10을 기반으로 제작된 블루온은 시범사업 등에 쓰인 모델로 양산 판매를 계획한 전기차는 아니다. 이번에 준중형급 전기차가 출시되면 사실상 현대차의 첫 양산형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성능 목표도 세웠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200㎞ 이상에 가속성능 11.5초,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완속 5시간, 급속 23분 이하로 잡았다. 특히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대폭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주행거리 200㎞ 이상은 현재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경쟁업체 전기차의 성능을 뛰어넘는 수치이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경차인 기아자동차 레이EV와 한국지엠 스파크EV가 각각 139㎞, 132㎞이다. 같은 준중형급에선 출시를 앞둔 르노삼성 SM3 Z.E가 135㎞를 확보했다. 충전 시간 역시 현재 전기차 기술력으로는 완속은 6시간, 급속은 30분 내외가 걸리고 있다. 이를 각각 1시간, 7분가량 앞당기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이다.
전기차 외에도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폐차 재활용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분야에 기술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양산형 모델 개발에 성공한 수소연료전지차는 2015년까지 1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핵심 소재 100% 국산화, 저가 신소재 적용 확대, 부품수 저감 등을 꾀해 생산비용을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면 수소연료전지차도 대중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차 개발 외에도 폐차 시스템에도 친환경 공법을 더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국내 폐차 대수 중 30%를 담당하는 걸 목표로 세우고, 폐차 재활용률도 9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플라스틱, 고무, 유리 등까지 재활용 범주를 넓히게 된다. 이미 현대차는 연간 4000대의 시험차를 친환경적으로 폐차하는 ‘재자원화센터’도 구축했다.
현대차가 친환경에 역량을 집중하는 건 정몽구 회장의 의중과도 맞닿아 있다. 정 회장은 최근 발간한 ‘2013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사말에서 “현대차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분야가 친환경 부분”이라며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성장 동력을 얻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분야에서 현대차의 미래를 발굴하겠다는 의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 분야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업종에선 친환경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