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0회> 감추어진 승부 34

한편, 서울에서는 대선주자의 특별보좌관과 거성 그룹의 왕회장이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별보좌관에겐 하루가 일 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하게만 느껴지던 와중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신문기사를 검토하고, 모니터링 된 방송 뉴스를 검토해야만 했으며, 무엇보다도 요즘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SNS 내용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까지 검토하노라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이 바쁜 와중에 지체 높으신 회장님을 뵙자고 한 건, 점점 불어나는 걱정 때문입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대선의 향방이 어느새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걸요.”

“그렇긴 합니다만… 마지막 한 방이 미심쩍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방?”

거성 그룹은 이미 대선주자를 위해 막강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던 중이었다. 이번에 왕회장의 아들인 재벌 2세가 북한 당 서열 33위인 도형철의 골프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까지 파견된 것도 그 지원책 중의 일부였다.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이번 선거 전날, 5개국을 관통하는 랠리 머신들이 평양을 통과하도록 각본이 짜여 있습니다. 한데 새로운 정보에 의하면 북한 당국자들을 돈으로 꼬드겨 랠리 대회를 무산시키려는 중동의 무력단체가 있다는 군요.”

“어허! 얼마 전에는 북한 당국자들끼리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내 아들까지 중국에 보내 골프바람을 일으키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만… 그와는 상관없는 사안입니까?”

“그렇습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자면… 회장님을 찾아 뵌 까닭은 숙원사업으로 비밀리에 추진 중이신 에어 뮬 개발의 향방에 대한 논의 때문입니다.”

“에어 뮬? 그걸 특보께서 이미 알고 계시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어떤 조건을 내거신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사업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위한 애국사업이기 때문이지요.”

왕회장은 순간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비밀리에 진행되어 오던 에어 뮬 개발 사업에 대해서 특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걸 어찌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아,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저희 대표님께서는 귀사의 숙원인 에어 뮬 개발 사업을 절대로 방해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십니다. 다만 랠리 머신의 평양 통과 여부가 불안하기 때문에 그 대응책을 강구하자는 것이지요.”

“그럼, 대표께서 준비하신 대응책은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중동 단체의 뜻이 거성의 신개념 자동차 개발을 저지하려는 것인 만큼, 첫째 방법은… 에어 뮬 개발을 즉시 포기하고 그 사실을 은밀히 북한쪽으로 흘려보내는 것일 겝니다. 하지만…”

“하지만? 차선책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게 뭡니까?”

왕회장의 미간이 푸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목이 타는지 테이블에 놓인 작설차를 단숨에 들이마신 후에 이렇게 물었다. 조바심을 내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만에 하나, 북한 당국이 중동 무력단체에 동조하여 랠리 머신이 평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우리가 내건 남북협력 구호가 무색해진다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차제에…”

“차제에? 뭘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거 전에 에어 뮬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전환시키고, 신개념 자동차 개발 성공을 전 국민에게 선포해버리는 방법은 어떤가 하고 의논드리는 것입니다.”

왕회장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아직 에어 뮬의 개발 진전은 98%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2%가 무엇보다도 결정적이라는 것을 그는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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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