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서울 천호동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50대 남성 살해사건.

두개골이 함몰된 채 숨진 시신 위에는 백색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지문을 찾을 수 없던 경찰은 닷새 동안 의문의 죽음을 추적했다. 그리고 상주자리에서 슬픔에 흐느끼던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에 백색가루를 끼얹은 이번 사건은 영화 ‘공공의 적’을 빼닮았다.

패륜 사건이 벌어진 건 14일이었다.

돈이 필요했던 A(23)씨는 이날 6시30분께 청주에서 아버지 B(58)씨가 사는 서울 천호동 빌라로 찾아갔다.

15년 전 부모의 이혼 이후 아버지와는 떨어져 지냈지만 1년에 2~3번 만나는 사이였다.

A씨는 안쪽 잠금장치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자, 두드려 아버지를 깨웠다.

그는 “친구들과 야영을 가야하는데 20만원이 필요하다”며 아버지에 돈을 요구했다. 아버지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아온다며 아들을 꾸짖었고 이에 격분한 아들은 아령을 3kg 아령을 손에 쥐었다.

아들의 광기에 수차례 머리를 맞은 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오른쪽 엄지손가락 끝마디 뼈가 부러졌다.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피가 지워지지 않아요’ ‘가족살인’ 등을 검색했고 지문 등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아버지의 시신에 세재가루를 뿌렸다. 바닥에 쓰러진 아버지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이기도 했다.

이후 현금 20만원과 아버지의 25돈 금팔찌와 반지, 목걸이를 가지고 나온 아들은 연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살인사건을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들 A씨의 흔적을 찾아냈다.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팀은 근처 텃밭에 묻혀 있던 25돈 금팔찌와 반지, 목걸이, 아버지 B씨의 자택에서는 범행에 쓰인 3㎏짜리 아령, CCTV 50여개를 샅샅이 뒤져 A씨가 황급히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A씨의 스마트폰 검색기록도 단서가 됐다.

경찰 한 관계자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조씨가 시신에 세제를 뿌렸지만 혈흔 등 현장증거를 없애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증거를 들이대자 A씨는 범행 사실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아버지가 화를 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너무 후회가 되돌리고 싶고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을 갖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수 생할에도 A씨는 지난 3월 ‘K3’ 자동차까지 구입했고 사채까지 손을 대 2800만원을 갚아야할 처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아들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