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한 1976년 민주구국선언문 낭독 사건으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를 받고 실형이 선고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37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규진)는 3일 김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 함석헌 선생, 문익환 목사, 함세웅 신부, 문정현 신부 등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일형 전 의원, 이문영 교수, 이해동ㆍ문동환ㆍ서남동 목사, 신현봉 신부, 김승겸ㆍ윤기호 씨, 이태영 변호사 등도 함께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고 안병무 교수는 재심을 청구한 부인이 별세함에 따라 소송절차가 종료돼 무죄 선고를 받지 못했다.

이날 무죄 선고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ㆍ무효하다고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 역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어느 부분이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문제가 있는 조치다”며 “당시 사회적 이데올로기나 시대적 상황이 재심 대상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는 것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재심 판결에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3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16명의 피고인 중 10명은 세상을 등졌다.

이날 법정에는 이희호 여사와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이미 고인이 돼 버린 피고인의 유족들이 재심청구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 등은 1976년 3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우리나라는 1인 독재로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제도가 말살됐다”는 내용의 민주구국선언문을 낭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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