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조희숙(53ㆍ주부) 씨는 지난 4월 대학생인 딸과 함께 친정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하지만 그들이 탄 택시에서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다. 운전석 옆 재떨이에는 피고 난 꽁초들이 쌓여있었다. 결국 조 씨는 목적지까지 내색도 못한 채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갔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조 씨는 딸에게 중간에 내리고 싶었을 정도로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택시기사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15년 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주섭(65) 씨는 “동료 기사들 중에는 손님이 없을 때 차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밤에 탑승하는 손님 가운데 택시 좌석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도 많다. 이 씨는 “담배를 피는 손님에게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가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손님이 타고나면 좌석에 담배 냄새가 심하게 밴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택시 안에서의 흡연은 현행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매우 한정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 내 금연은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 4항에 14호’에 의해 규정돼 있지만, 그 대상이 ‘16인승 이상의 교통수단’으로 명시돼 있다. 택시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6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 44조 2항 별표 4’에 의거해 승객이 타고 있을 경우에만 금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손님이 없을 때는 흡연해도 무방한 것이다. 더욱이 승객들이 담배를 필 경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관계 당국 역시 택시 내 흡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서울특별시 택시물류과의 한 관계자는 “2010년 10월, 택시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는 택시에 대해 ‘여객 운수사업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명령’을 시행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사들에게 금연 교육을 시행하고 택시 내에 금연스티커를 부착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한 관계자 역시 “택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간접 흡연과 악취 등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택시 내 흡연은 택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면서 “택시회사 차원에서는 담배 냄새 나는 차량의 배차를 금지해야 하며. 쌍벌죄를 도입해 그동안 방조하던 기사들이 승객들의 금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