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힐링(healing)’의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한 대중문화계에 ‘힐링’이라는 제목을 걸고 나온 토크쇼가 하나 있었다. ‘방송의 힘’으로 이 토크쇼는 ‘힐링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이제는 너무 많이 소비돼 의미조차 퇴색됐지만, 토크쇼는 건재하다. 2011년 7월 8일 첫방송을 시작한 SBS ‘힐링캠프’가 오는 15일로 100회를 맞는다.
방송가의 두 입담꾼인 이경규 김제동과 더불어 ‘예능 새내기’였던 배우 한혜진을 엮은 세 MC가 매주 한 명의 게스트를 앉혀놓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대선을 앞두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를 대표하는 후보자가 초특급 게스트로 등장했고, 법륜스님부터 닉 부이치치까지 각계를 대표하는 초대손님이 ‘힐링캠프’의 주역이 됐다.
‘힐링캠프’를 일컬어 자극적인 조미료를 뺀 ‘착한 토크쇼’라 불렀다. ‘떼토크’에 등장해 독한 폭로전을 일삼고, 익히 알고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스타급 게스트도 이 곳에 서면 유난히 진솔해졌기에 붙은 수식어다. 물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우 설경구와 조혜련의 출연을 놓고 누리꾼들은 설전까지 벌였다. ‘힐링캠프’를 ‘변명캠프’라 부르기도 했다. 가수 장윤정의 가족사가 방송도 전에 미리 폭로돼 그 여파는 지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힐링캠프’는 하지만 한 길을 걷고 있다. 출연자들의 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게스트도, MC도, 시청자도 모두가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겠다는 ‘초심’으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힐링의 기운을 받은 것은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세 MC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은 도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더 힐링이 됐다”고 했다.
이경규는 지난 2년을 돌아보며 “30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힐링캠프’”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닉 부이치치 출연분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배웠다. 늘 짜증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몸이 불편한데도 그렇게 해맑게 웃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과 존경을 함께 받았다”고 고백했다.
7월 말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게 될 ‘돌직구’ MC 한혜진도 마찬가지였다. 한혜진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많은 연기자 선배들을 보며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제가 출연했던 회차에선 이 자리를 통해 나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많이 깨닫게 됐다. ‘힐링캠프’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제동도 “100회까지 진행하며 느끼게 된 건 사람들의 마음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는 생각이었다”며 “모든 사람을 같은 크기로 이해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누구도 이해못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도 당연했다. 방송 이후면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며 꾸준한 화제를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캠프’는 방송가의 트렌드가 바뀌며 사라지기 시작한 1인 토크쇼 가운데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며 “‘힐링캠프’의 차별화는 신변잡기에 치중한 토크쇼와 달리 출연자의 깊은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은 이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적인 고통을 겪고 있고, 같은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정 평론가는 “토크쇼의 특성이 반복되면서 간혹 논란의 주인공이 출연해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킨 경우도 있었지만, ‘힐링캠프’가 초심을 잃지않는다면 ‘힐링캠프’의 본래 취지처럼 힐링을 바라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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