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대안없는 ‘원전 논쟁’
원안위, 한빛 원전 3호기 재가동 승인 6일만에 품질 위조부품 사용확인 흠집 정부-주민간 갈수록 갈등의 골 깊어져
삼척·영덕 신규부지 놓고도 찬반첨예 반핵단체 중심 집단행동 조짐 원전 예정지역 보상금 노린 투기의혹도 원주민-신규 유입 주민간 갈등 점화
한반도가 ‘원자력 발전 갈등’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새 원전 부지 선정과 위조된 미검증 부품 원전 사용, 송변전시설까지 정부-주민, 주민-주민 등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국가사무라는 이유를 내세워 원전 부지 결정과 원전 건설, 원전 운영 등 모든 과정이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지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런 갈등 속에서 원전지역 보상을 노리는 땅투기마저 벌어져 원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빛 원전 3호기 재가동 놓고 정부-주민 갈등=위조 부품 사용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최근 한빛(영광) 원전 3호기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원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원자로 제어봉 안내관에 미세한 균열이 발견돼 가동이 중단된 한빛 원전 3호기에 대해 ‘덧씌움 용접방식’으로 수리, 최종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지난 9일 재가동을 승인했다. 원안위는 당시 “기기 검증 관련 시험성적서 조사 결과, 위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가동 승인 이후 6일 만에 한빛 원전 3호기에 품질 검증 서류를 위조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력난을 우려한 정부가 주민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재가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모임·핵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은 “원안위는 지난 8일 한빛원전 3호기에 대한 재가동 여부의 결정을 ‘위조한 시험성적서에 대한 전수조사가 끝난 이후’로 연기해 놓고, 하루만에 재가동을 전격적으로 승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해당 부품이 시험요건은 만족하지 못 했으나 전원으로 돌아가는 수소제거장치 설비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설치하는 장비라 원전 자체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검증 부품 원전사용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현재 8개의 원전이 들어서 있거나 건설 중인 데다 추가로 2개의 원전이 예정돼 있는 울주군 서생면의 주민은 불량 원전 부품에 불안해하고 있다.
▶새 원전부지 갈등도 재점화 분위기=삼척ㆍ영덕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갈등도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원전 유치 찬반 문제로 촉발된 김대수 강원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의 부결로 인해 중단됐던 ‘반핵시민투쟁’이 오는 8월로 예정된 정부의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유치 찬반을 놓고 갈등을 보였던 주민-주민 간 갈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제6차 전력수급계획 원전 신청에 오는 2027년까지 삼척과 영덕에 150만㎾급 2기씩을 건설할 계획을 신청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새로 건설되는 원전은 최첨단으로 짓게 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며 “정부의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결정에 따라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핵단체들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삼척 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정부의 무모한 정책을 전환하라”며 주민들과 함께 신규 부지 선정 철회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정부의 전력난 강조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설계 수명이 다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한편 화력발전소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와 유해 화학물질 발생량이 적은 액화천연가스 발전량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부지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사이 원전 예정지역에서 보상을 노린 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척 원전 선정지 인근 어촌 마을에는 등록된 어선이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수협 조합원과 어촌계원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어촌마을에서 어선ㆍ조합원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된다. 마을 관계자는 “원전이 들어선다고 하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배를 사서 여기에 두고 있다”며 “아무래도 보상을 노리고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전 건설 추진으로 원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 간의 보상금 문제도 또 다른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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