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자가발전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장 감독은 사과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면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는 영화 ‘라쇼몬(羅生門)’과 같은 결과를 우려하는 것일까.
‘두 번의 결혼과 4명의 여성, 그리고 7명의 자녀.’ 장이머우(張藝謀·63) 감독ㆍ주연의 ‘거짓말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는 중화권에서 제일 권위 있다는 ‘진마장(金馬奬)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능가하고 있다.
최근 장 감독에게 무려 7명의 자녀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후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차오성(超生ㆍ두 자녀 이상을 낳는 것)’ 문제가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장 감독은 1978년에 결혼한 첫 번째 부인 사이에 딸 하나가 있다. 지난 2011년에야 비밀결혼이 노출된 31살 연하의 두 번째 부인 사이에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다. 여기에 혼외(婚外)여성 두 명과의 사이에 각각 딸이 2명, 아들이 1명이다. 그러면 총 7명이 된다. 한 차례 결혼에 한 명씩 낳을 수 있게 한 중국의 산아 기준보다 다섯 명이나 더 둔 셈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장 감독은 1억6000만위안(약 288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장 감독은 중학교 동창이었던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딸 한 명만 낳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장 감독에게 ‘최소한’ 7명의 자녀가 있으며 여성편력 또한 화려했다는 소식은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과 ‘빈부격차’에 대한 논쟁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고 있다.
세계 1위의 ‘인구대국’ 중국은 1979년 말부터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시작했다. 한족(漢族) 부부에겐 1명, 소수민족 부부에겐 2명만 낳게 했다. 그 이상을 낳으면 강력한 불이익을 줬다.
그러나 ‘1가구 1자녀’ 정책은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우선 강제낙태다. 강제낙태 건은 지난 40년간 3억360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전통적 남아선호와 맞물려 대규모 여아 낙태·살해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극심한 남초(男超)현상, 유아밀매,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 같은 강제낙태와 불임시술에 비판을 가하다가 징역을 사는 등 탄압을 받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이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다. 반면 돈 있고 권력 있는 계층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를 낳아 ‘생육권 평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아예 벌금을 내거나 뇌물을 써서 처벌을 피한다. 아니면 미국이나 홍콩으로 원정출산을 떠나 ‘대가족’을 이룬다.
장 감독 역시 부와 영향력을 이용해 1자녀 정책을 교묘하게 피했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조롱거리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도 장 감독은 입을 다물고 있다. ‘8번째 아들이 나타났다’는 등 소문이 자가발전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장 감독은 사과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면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는 영화 ‘라쇼몬(羅生門)’과 같은 결과를 우려하는 것일까.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당당하게’ 부인해 사태를 진실게임으로 몰고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는 사뭇 다른 ‘중국식 해법’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방법을 쓰는가를 따지는 것은 ‘속인’의 부조리한 생각이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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