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9회> 바람에 맞서는 법(38)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요즘 시골에서는 멧돼지의 습격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을거리를 찾아 산 아래 밭으로 내려온 멧돼지는 일단 밭작물을 배불리 먹은 후에도 제 몸 가려워서 데굴데굴 구르거나 혹은 잘 발달된 어금니로 밭을 헤집어놓기 일쑤라고 한다.
오죽하면 멧돼지님 하루 식사 행차에 농부들 반년 근심이 늘어난다고 할까? 멧돼지 출현을 억제하기 위해서 밤새워 공갈 총을 쏘거나 LP가스통을 망치로 두드리다보면 망구 할머니에게도 이두박근 알통이 생겨날 정도라는데…
그런 경우에 즉빵 효과를 보는 것이 바로 호랑이 똥일 것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여사여사하여 호랑이 똥 한 사발만 얻어낼 수 있다면 걱정 끝. 그 보물덩어리를 밭 한중간에 묻어두기만 하면 100일 낮, 100일 밤 동안 멧돼지의 코빼기도 볼 수 없게 된단다.
“레츠 고우! %$&#*&% 허리 업.”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었건만 모리타니아의 젊은 군인들이 슬슬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N-Dos 단의 특공대원이 호랑이 똥이고, 그를 슬슬 피해가는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야말로 멧돼지와 다를 바 없었다. 이를테면 말이다.
“임마, 죽기 싫으면 빨리 도망쳐!‘
모리타니아 말로 이 내용을 어떻게 번역하나? 하여간 그 젊은 군인들은 제풀에 놀라 3단 기어로 급출발을 하느라 생난리를 떨었다. 머신이 헛바퀴를 돌면서 모래가 사방으로 튀고, 고무 타는 냄새와 함께 푸른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가기도 했다.
“어머나, 이건 또 무슨 변괴지요? 쟤들이 어째서 갑자기 꽁무니를 빼는 걸까요?”
“그래요? 도망가는 거… 맞아요?”
모리타니아의 군인들보다 더욱 놀란 사람들은 유호성과 현성애였다. 그 군인들이 서너 대의 머신으로 빙글빙글 돌며 푸닥거리를 벌인 통에 아직도 주위에는 뿌연 황사먼지가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후, 황사먼지가 걷히자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또 다른 머신, 정체불명의 검은색 지프 ‘블랙 이글스’였다.
“쌩큐, 블랙 이글스!”
어쨌거나, 고맙다는 인사부터 하고 볼 일이었다. 코-드라이버 자리에 앉아있던 현성애가 급히 차창을 내렸다. 헬멧을 벗어들고 억지로 혀를 굴리며 영어로 인사를 건네자 블랙 이글스의 차창 또한 스르륵 내려졌다.
“그런데 넌… 누구냐?”
그와 동시에 유호성이 물었다. 물론 옆에 앉은 현성애조차 알아듣기 힘든 속삭임이었다. 그래, 누굴까? 저 작자들은?
잠시 차장이 내려진 블랙 이글스에는 역시 군복을 입은 사내 둘이 탑승하고 있었다. 헬멧도 쓰지 않고, 레이싱 수트도 입지 않은 군복차림의 사내들. 베레모에 검은 선글라스 차림이었고 그중 한 명은 굵은 시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내보이는가 싶더니 스르륵 닫히는 차창!
“아프리카 장교들인가 봐요. 그러니까 젊은 군인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지.”
“아프리카 장교? 중동 사람들 같던데? 백인이던가?”
유호성과 현성애가 이렇게 두런거리는 사이에 블랙 이글스는 폭발적인 엔진 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놀란 임팔라처럼 떨고 있는 강유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들은 제로 백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순식간에 달려 나가 멀리 점으로 사라져 갔다.
“유호성 씨, 이것 좀… 이것 좀 빼줘요.”
혼자서 팔을 뒤로 돌려 레이싱 수트 속의 브래지어를 빼내려던 현성애는 급기야 유호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수트 속에 받쳐 입은 브래지어를 혼자 힘으로는 빼내기가 여간 어려운가? 하지만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멀리서 또 한 무리의 머신들이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젠장, 한시바삐 브래지어를 벗어 강유리에게 던져줘야만 할 순간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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