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예능 프로그램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반인들의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 SBS ‘스타킹’이 다소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타 프로그램의 변화 속도 때문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단일 종목에 집중하면서 모든 종류의 재주를 보여주는 ‘스타킹’은 차별화가 크게 약화됐다. 그러는 사이 오디션 트렌드도 한풀 꺾이고 다큐예능, 관찰예능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니 예능물도 가만히 있다가는 금세 구식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예능이 변화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과 SBS ‘정글의 법칙’ jtbc ‘썰전’이라 할 수 있다.

‘썰전’은 기존 토크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를 예능화해 토크를 벌인다는 자체가 새로운 발상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철희는 “창조적 해법이 있다”면서 “미국으로 도망간 주한미군 범죄자와 윤창중을 맞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중문화 미디어 비평 코너에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기를 시도한다. 김구라는 특정 연예인에 대해 비판을 가할 때, 그의 연애 상대가 누구냐고 묻지 않고 땅 사놓은 데 어디 없냐는 등 속물적인 관심을 보이며 차별화된 토크를 보여준다.

유재석(MC/개그맨)
요즘 예능 프로그램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반인들의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 SBS ‘스타킹’이 다소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타 프로그램의 변화 속도 때문이다.
유재석(MC/개그맨) 요즘 예능 프로그램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반인들의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 SBS ‘스타킹’이 다소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타 프로그램의 변화 속도 때문이다.

‘썰전’은 지상파 토크쇼의 연예인 게스트가 사적인 경험을 상세하게 늘어놓는 것 자체를 시시하게 만들고 있다. 연예인들의 친분, 인맥 과시나 경험담, 에피소드는 임팩트도 떨어지고 오래가기도 힘들다. 차별화된 토크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김구라를 ‘화신’에 투입했음에도 큰 변화를 주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썰전’을 지상파에서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의 ‘나는 팻’ 등의 스타일을 지상파에 맞게 만들어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성공 콘텐츠를 내놨듯, 조만간 지상파 스타일의 ‘썰전’을 한 편 보게 될지도 모른다. 타 방송국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는 지상파에서 타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새로운 방식으로 잘 비판한다면 발전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허지웅(좌부터/영화평론가/기자),강용석(변호사/전국회의원),김구라(김현동/MC/개그맨),박지윤(MC/전아나운서),이윤석(MC/개그맨)
요즘 예능 프로그램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반인들의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 SBS ‘스타킹’이 다소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타 프로그램의 변화 속도 때문이다.
허지웅(좌부터/영화평론가/기자),강용석(변호사/전국회의원),김구라(김현동/MC/개그맨),박지윤(MC/전아나운서),이윤석(MC/개그맨) 요즘 예능 프로그램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반인들의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 SBS ‘스타킹’이 다소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타 프로그램의 변화 속도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의 거의 모든 종류를 시도했기 때문에 예능에 미친 영향력도 광범위하다. ‘무한도전’은 한마디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다. 날로 먹는 예능물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멤버들이 하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라 진짜를 보여주어야 하는 리얼리티물의 제작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무한도전’은 진지하면서도 예능이 되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박명수가 한국사 강의때처럼 진지하게 방송을 한 적이 있었던가. `역사 특강’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옳은 일 하고 받은 형이니 딴 맘 먹지 말고 당당하게 죽으라”는 편지를 유재석이 낭독하고, 이는 듣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연예인이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일반인보다 적응을 잘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집어놨다. 김병만 족장은 야생에서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인한 적응력과 야생력을 보이며, 웃기지 않아도 노력과 성실을 예능의 새로운 가치로 접목시켰다. 이를 시청자들도 진정성으로 인정해준다. ‘정글의 법칙’은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와 같은 다큐예능, 관찰예능들이 잇따라 제작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웃기지 못해도 솔직함과 성실, 노력 등의 가치를 잘 보여주면 된다.

예능물이 아무리 빨리 변화하는 시대라 해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프로그램은 살아남을 수 있고, 기존 프로그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예인들의 이야기보다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뉴스 속에 사는 대중들의 이야기와 관심사를 연예인과 전문가 등의 관점을 통해 리얼하게 전달할 수 있는 시대다. 예능물도 그 추세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wp@heraldcorp.com


wp@heraldcorp.com